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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se Nov 18. 2019

빡칠 땐 떡볶이

식사 시간은 지켜주시죠

서늘한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사무실.

재빠르게 히터를 켠다.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책상 위 초록이에게도 물을 주고,

물기를 막 닦아 뽀득뽀득한 손 등 위로

핸드크림을 툭툭 짜낸다.


따뜻한 공기가 사무실을 서서히 채울 즈음

사람들도 하나 둘 자기 자리를 채워간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두른 포스트잇을 훑어본다.

세미나 준비로 바쁜 요즘이지만,

초 집중 모드로 버닝 하면, 저녁 약속엔 늦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팀장님 쪽을 살폈다.

모니터 위로 살짝 걸쳐 보이는 정수리를 보니

약간 싸한 느낌이 드는 게, 오늘은 몸을 좀 사려야겠다.


모니터에 붙은 포스트잇을 두 개째 떼어냈을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벌써 밥 먹을 시간이구나.


“B씨, 어제 올린 견적서 말이야…”

“네?”

모니터 너머로 팀장님과 시선을 마주쳤다.

왜 그게 지금 궁금하신 걸까.

손에 쥐고 있던 폰으로 재빠르게 메시지를 보낸다.

[난 점심 못 먹을 듯]


“이번 행사 경품이…”

“개발팀에서 요청이 왔는데…”

팀장님은 아예 옆으로 오셔서

본격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아 참, 나 오늘 오후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해서”

“내일까지 정리해줘요”


0.1초간 사고가 정지됐으나 이내 업무적인 대답을 덧붙였다.

팀장님이 자리에 앉는 걸 확인도 하기 전에

서둘러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테이크아웃 잔을 든 사람들 사이를 지나

뽀얗게 서리가 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국물떡볶이랑, 꼬마김밥도 하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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