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아닐 땐 자기 자신을 생각하세요
시끌벅적한 가게 안
“오 맛집은 맛집인가 보네”
우리의 예약석 외에 빼곡하게 차 있는 가게를 본 팀장님이
1따봉을 날리며 눈빛으로 칭찬을 더한다
맛집 찾기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일단 한시름 놨다
술잔들이 사람 수에 맞게 세팅돼 있는 테이블
센터에 부장님 자리를 비워 두고 안쪽부터 4명씩 차곡차곡 쌓아서 앉기 시작한다
부장님의 시야각에서 벗어난 명당을 찾기 위해 눈알을 굴리다가
팀장님한테 들켜 옆자리로 소환됐다
오늘도 두 발로 집에 가긴 글렀다
드디어 부장님이 착석하시고
어김없이 팀장님은 부장님한테 나의 주량 보고부터 하고 만다
“부장님, 얘가 글쎄 지난번 팀 회식에서 소주를 (이하 생략)”
이 집에서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메뉴를 메인 안주로 소환하고
테이블당 소주1병에 맥주 2병씩 깔아둔 후
각 테이블의 맥주잔을 모아 부장님 앞에 나란히 세운다
본부회식의 조주사인 부장님은
원샷 용량에 맞춰 딱 알맞은 비율로 소주를 깔고 그 위에 맥주를 붓는다
그렇게 완성된 소맥인 채로 또 각자의 앞에 잔이 뿌려진다
“한 잔 하자”
부장님의 신호와 함께 전원 원샷!
잔이 비어 있는 걸 견딜 수 없다는 듯
쉴 틈 없이 다시 빈 잔들이 부장님 앞으로 소환된다
그렇게 소맥을 원샷하기를 여러 번
드디어 메인 메뉴가 각 테이블에 한 접시씩 채워진다
다들 배도 부르고 술도 취해서 회식 자리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안주로 향하던 바쁜 손놀림이 잦아들고
온 회사의 가십거리가 술 안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막내답게 세상에 그랬었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기계처럼 채워진 잔을 비우고 안주로 속을 달래본다
언젠가 나도 저들의 안주거리가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우선은 집에 두 발로 걸어가는 것에 집중하자
말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열심히 듣고 있다는 리액션을 하는데
대리님의 멘트가 갑자기 귀에 꽂혔다
“근데 저는요, 우리 회사에 꼰대가 없어서 진짜 너무 좋아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조하는 중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간신히 참다가 입사 동기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어,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