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공기가 채 가시지 않은 사무실.
재빠르게 히터를 켠다.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책상 위 초록이에게도 물을 주고,
물기를 막 닦아 뽀득뽀득한 손 등 위로
핸드크림을 툭툭 짜낸다.
따뜻한 공기가 사무실을 서서히 채울 즈음
사람들도 하나 둘 자기 자리를 채워간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두른 포스트잇을 훑어본다.
세미나 준비로 바쁜 요즘이지만,
초 집중 모드로 버닝 하면, 저녁 약속엔 늦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팀장님 쪽을 살폈다.
모니터 위로 살짝 걸쳐 보이는 정수리를 보니
약간 싸한 느낌이 드는 게, 오늘은 몸을 좀 사려야겠다.
모니터에 붙은 포스트잇을 두 개째 떼어냈을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들리기 시작한다.
벌써 밥 먹을 시간이구나.
“B씨, 어제 올린 견적서 말이야…”
“네?”
모니터 너머로 팀장님과 시선을 마주쳤다.
왜 그게 지금 궁금하신 걸까.
손에 쥐고 있던 폰으로 재빠르게 메시지를 보낸다.
[난 점심 못 먹을 듯]
“이번 행사 경품이…”
“개발팀에서 요청이 왔는데…”
팀장님은 아예 옆으로 오셔서
본격적으로 업무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아 참, 나 오늘 오후에 일찍 들어가 봐야 해서”
“내일까지 정리해줘요”
0.1초간 사고가 정지됐으나 이내 업무적인 대답을 덧붙였다.
팀장님이 자리에 앉는 걸 확인도 하기 전에
서둘러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테이크아웃 잔을 든 사람들 사이를 지나
뽀얗게 서리가 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국물떡볶이랑, 꼬마김밥도 하나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