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소독실은 내외로 매우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가 보호자와 짝을 지어 있었고, 젊은 의사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의사 체계를 몰라서 직급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머리는 항상 덜 마른 상태이거나 떡이 져 헝클어진 상태였고 며칠 해를 못 봤는지 아니면 잠을 못 잤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안색이 누렇게 떠 퍽퍽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례가 되어 소독실 안에 들어가면 커튼으로 구분 지어놓은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습니다. 각 자리마다 환자들이 앉아 의사를 기다렸는데 담당 교수가 오면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젊은 의사 한 명과 간호사 한 명이 준비를 해뒀습니다. 나는 주로 두 명의 젊은 의사에게 번갈아가며 처치를 받았는데 엄청난 곱슬의 긴 머리를 젖은 채로 질끈 묶은 여자 의사와 헝클어져 까치집을 짓고 오는 남자 의사였습니다.
그녀의 시선은 매번 바닥을 향해 있었습니다. 걸어갈 때도, 뛰어갈 때도 바닥을 보고, 내가 질문을 하면 나를 흘끔 보고 다시 바닥을 보고, 대답을 했고 붕대를 풀 때도 붕대 푸는 게 끝나면 바닥을 보는 식이었습니다.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바닥에 뭐가 떨어져 있나 하고 시선을 따라 바닥을 살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녀를 따라 바닥을 살폈고 그다음에는 그녀의 신발에 뭐가 있는 건가 하고 신발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또한 말을 붙일 수 없을 만큼 차디찬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간호사와는 곧잘, 식사하셨어요?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죠 라는 인사를 나누기도 했는데 조금 화가 난 것 같은 인상 때문인지 정말로 화가 난 건지 그녀에게만은 그 흔한 인사말도 건네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더욱이 간밤에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질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누렇게 뜨다 못해 갈색빛으로 넘어간 안색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낯빛이 안 좋은지 나와 자리를 바꿔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또한 질문을 하기 쉬운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계속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은 커튼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고작 4~5분 남짓이었는데 그 사이 한숨을 네 번 정도 내쉬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일분에 한 번씩이었네요. 그렇게 한숨을 들으면 나도 덩달아 한숨이 났습니다. 어느 날은 가운 단추를 밀려 잠그기도 했는데 내가 선생님, 단추 밀려 잠그셨어요라고 하면 놀랍지도 않다는 눈치로 단추를 풀며 중얼거렸습니다.
“쉽지 않네요. 하-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
그러고는 다시 단추를 똑같이 밀려 잠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