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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오이 Oct 21. 2022

부엌 창을 툭툭 치는 나무를 보면 드는 생각

아침에 부엌으로 나와 물 한잔을 마시면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가 창문을 툭-툭 친다. 남은 물을 입에 쏟아 물고 툭-툭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저녁 먹어라 이름 불릴 때만 해도 부엌에 밥 짓는 소리가 다 보였었는데 어느새 더 이상 이름 불릴 저녁이 없을 만큼 자랐네. 새랑 벌레랑 반갑게 왔다가 미련 없이 떠날 때는 허무하기도 했을 테고 더 빨리 크는 옆 나무를 질투하며 더디 크는 자신을 한심해하기도 했겠다. 어느 날은 얼어 죽을 것 같다가도 또 어느 날은 더워 죽을 것 같았겠지.


바라건대 허무도 질투도 좌절도 모두 좋으니, 다만 문득 새로 뻗은 이파리 한 장을 알아차리기를. 부디 포기 말고 오늘처럼 스스로 놀라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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