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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Feb 18. 2021

꿈보다 해몽

원래 꿈을 잘 꾸지 않는 나는 가끔 꾸는 그 꿈을 깨어나자마자 옆에서 나와 함께 잠에서 깬 동생에게 조잘조잘 말하곤 한다. 몇시 이전에 꿈얘기를 하면 안된다는 미신은 그게 몇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이후로 지키지 않고 있다. 사실은 그걸 지킨다 한들 좋은 꿈이라는 것들이 나에게 좋은 것을 가져다준 순간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 어젯밤에 꿈꿨어!'라는 남자친구의 카톡에 무슨 꿈인지 물어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친구들이랑 수련회 같은 곳에 가면 있는 넓은 방 같은 곳에서 놀고 있는데 말티즈 한마리가 있었다? 어떻게 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너 혹시 여름이야?'하니까 왈!!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어? 내가 너 보내줬는데..?'이러니까 막 달려와서 안기더라고. 그때 마침 자기네 가족들이 나보러 온다는거야. 그래서 내가 데리고 나가서 '얘 여름이야!' 하니까 여름이가 가족들한테로 팍 뛰어가서 안겼는데 누구한테 안겼는지는 모르겠어..! 근데 누군가한테 달려가서 안기고 내가 잠에서 깼어!


이녀석이 우리 가족 꿈에는 나오지도 않고, 남자친구한테 나타났다니! 마지막 가는 길에 배웅을 못해줘서 삐진건가 싶었다. 꿈을 믿지도 않으면서 또 이런 꿈은 굳이 해몽을 검색해보고 싶어진다. 하얀 강아지가 나오는 꿈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꿈이란다. 좋은 소식과 기쁜 일 등 집안 경사가 생기는 꿈이라니. 누나 곧 결혼한다는걸 듣기라도 한걸까 싶었다. 그런데 그 밑에 있는 해몽에서 나는 아침부터 또 울어버렸다.


강아지가 가만히 있지 않고 나에게 어떤 액션을 취했다면 '먼저 가서 너무 미안해. 나 닮은 다른 강아지 데리고 와도 돼.'라는 뜻이란다. 눈에 눈물이 맺혔고 방금 막 일어난 동생에게 잠긴 목소리로 이야기 해주자마자 동생도 왈칵 울어버렸다. 그렇게 아침부터 우리는 눈물바다였고, 해몽이 진짠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그게 진짜인 것만 같아서, 너무 미안해서 우리 꿈에는 못나오고 남자친구한테로 갔나 싶고 그랬다. 여름이가 간 이후로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고 살고 있는 나는 어디선가 여름이가 힘들어하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자기 필요할 때만 하느님을 찾는다더니, 나역시(?) 이럴 때만 꿈해몽을 믿어보려 한다. 아직은 시기상조겠지만, 강아지는 가족을 선택할 수 없지만 사람은 강아지를 가족으로 선택할 권리를 가졌다는 말을 보고 나서 계속 마음에 맴돈다. 보내고 나서 그 이후가 너무 힘든 시간들이지만,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는 댓가로 마음이 좀 아픈거라면 그거 좀 아프고 말지 하던 글도 함께 뒤따른다. 헤어질 일이 무서워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 여름이도 만날 수 없었기에 언젠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보리라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여름이가 우리에게 용기를 주려고 했던 것만 같다.


P.S.

가족이 행복해야 여름이도 행복할텐데 누나들이 맨날 울기나하고 물러터져서 미안해. 이제 안울게!

걱정하지 말고 강아지별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야해 우리 막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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