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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tree Nov 29. 2022

무질서가 사랑스러운 꽃

#3 계절에 맞춰 살아가는 것

더웠던 날씨가 추워질 때 즈음, 혹은 추웠던 날씨가 조금 풀릴 때 즈음이면 여기저기서 관리사분들이 화분의 꽃을 바꿔 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같은 색끼리 분류된 작은 모종 화분들은 오와 열을 맞춰 하나씩 심어지게 되고 순식간에 봉긋하게 솟은 꽃들은 고봉밥 모양을 이룬다. 대체로 한 화분 안에는 같은 색의 꽃들로 채워지고 서로 어우러지는 색으로 채워진 화분이 그 옆에 놓인다. 계절마다 당연하게 봐왔던 모습이었다.



프랑스 뛸르히공원에서 만난 제각기 품종도 색도 다른 풀과 꽃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사랑스러움은 조금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사람들의 손길에 의해 질서를 갖춘 모습과는 또 다르게 무질서하고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마치 아주 큰 꽃다발을 보는 듯했다. 


물론 이곳에도 너무 무질서하게 크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정원사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꽃들의 자유로움을 존중해주기라도 하듯 포자가 하나씩 떨어져서 커버린 꽃 한 송이도 제자리를 잡고 뿌리내린 모습은 인위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였다. 덕분에 어느 곳으로 눈길을 돌리더라도 색다른 분위기였다.



나무가 줄지어선 뒤 한편에는 해바라기 무리, 여린 보라색의 들꽃 사이로 우뚝 솟아난 푸르른 기둥까지 구석마다 다채로운 덕에 이 공원은 '자연스러움'의 의미를 일깨워주었다. 바람에 실려 날아든 이방의 꽃을 꺾어버리기보다 어우러짐을 인정해주고, 스스로의 힘으로 피고 지며 보여주는 풍성한 눈요기로 꽃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존경한다. 



여행 중에 만난 이 카페의 입구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 사람들은 나뿐이었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일상을 낯설어하는 여행객이 된 느낌이 꽤 설레었다. 높이도 색도 다양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자리에 뿌리내린 채 자유로운 꽃들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난 후 매일 지나다니던 어느 한 집의 담장에 핀 서너 송이의 꽃이 꼭 그날 그 카페의 꽃을 닮았다 싶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었는데 한번 눈에 담고 나니 매일 꽃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꽃이 지고 나면 마치 생명력이 끝나는 듯 여겼던 생각이 조금은 미안해진다. 시청사거리에 놓인 큰 화분이 겨울팬지로 바뀐 것을 보고 이제 곧 찬바람이 불겠다고 생각한다. 고봉꽃도 자유롭게 핀 들꽃도 모두 다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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