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 사이

봄, 생기를 뿜기 위해 깊은 호흡을 하고 있는 계절

by 산책

당신은 어디에서 '봄이 오는 것'을 눈치 채는지. 아침 공기에서 묻어오는 차갑지만 따뜻한 기운, 혹은 저녁 바람에서 숨겨져 있는 남쪽의 온기, 아니면 무심코 올려다 본 목련 나무 가지의 보송한 솜털을 머금은 꽃눈, 혹은 달력의 빨갛고 작은 글씨로 씌어진 절기? 아니면 이 모두?


아 봄이 오고 있구나, 겨울을 보내면서 추웠건 덜 추웠건 눈이 많이 내렸거나 혹은 별로 오지 않았어도 늘, 겨울의 말미에는 봄을 기다린다. 오지 않을 것도 아닌데 하루하루가 간절하게 봄을 기다린다. 봄이 온다고 해서 약속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등 돌리고 가버린 연인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눈 먼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아침 산책길에 공원을 가로지르며 한 템포 속도를 늦춰본다. 선명하게 맑은 하늘도 한 번 올려다보고, 꽃망울이 얼마나 맺혔는지 꽃나무 가지에도 눈길을 주고 누르스름한 잔디 속에서 푸릇한 초록을 찾아보기도 한다. 매일 조금씩,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아주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을 안다. 오늘이 지나고 다음 주 오늘이 되면 잔디는 조금 더 초록의 영토를 넓혀 놓을 테고, 꽃망울은 점점 영글기 시작할 테지.

사철이 푸르러 사철나무라 하는 것들도 잎이 가장 맑은 색으로 반짝이는 초록일 때는 한 겨울 눈 속에서 홀로 초록을 뽐낼 때가 아니라 그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는 지금이다. 영롱하게 푸른 초록 잎. 보다 푸르고 보다 맑은 초록이 되는 계절. 겨울이 가고 봄이 완연해 지는, 초봄은 '봄'이라는 계절에 묻어가기엔 신비로운 또 다른 계절이다. 제 5의 계절, 생기를 뿜기 위해 깊은 호흡을 하고 있는 계절. '초봄'에게도 다른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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