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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Jun 13. 2023

월요일을 없애주세요

월요일은 타노스

월요일을 없애달라는 초등학생의 청원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는 유머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글이 존재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물어가는 휴일의 해를 부여잡던 날에 어찌도 그 마음이 동감되던지. 실없이 주렁주렁 매달린 사람들의 댓글에 함께 동화되곤 했습니다



월요일은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인 듯해요. 월요일 하나로 사람들은 똘똘 뭉치고, 또 함께 마주앉아 그날의 푸념과 휴일의 아쉬움을 토로해가죠. 그러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샘물을 찾아가는 탐험가가 되구요.


월요일이 좋았던 순간은 대부분 월차를 낼 때뿐이지만, 가끔은 월요일이 있기에 휴일이 더 갚진 것이라며 끈질긴 월요병과의 타협을 시도합니다.

드라마에 고난이 없으면 보는 재미가 없듯이, 타노스 없는 어벤져스가 무의미하듯, 어쩌면 월요일이라는 최종보스가 이 삶에 존재하기에 경기장에 나가는 목적과 의미가 생겨나는 건 아닐까요



휴일의 열차에서 내려 업무행 열차로 갈아탔습니다. 이 열차를 타고 여러 요일을 지나다보면 다시 휴일의 열차에 올라서는 날이 머잖아 오겠습니다. 나이를 먹는 건 싫지만 그래도 월요일은 빨리 지나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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