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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Jul 03. 2024

외국계에서는 승진 빼면 뭐 없을까?

직장인에게 필수요소인 승진은 외국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걸까



직장인에게 연봉과 승진을 빼면, 뭐가 남나?




드라마 <미생>에서 나온 사장의 대사, "직장인에게 연봉과 승진을 빼면, 무엇으로 보상하나?"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치 섬광처럼 뇌리에 스쳤다. 한창 회사를 다니고 있던 시기라서 그런지, 정말 그 말을 듣고 보니, 직장인에게 '연봉과 승진'은 '직장생활의 전부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혹자는 직장생활의 척도는 "업무능력이 아니라 사회생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봤자 '나를 끌어주는 그 누군가'가 없다면, 승진에서 물먹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능력위주의 보상체계가 아닌 연공서열이라는 독특한 인사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생활스킬(Skill)은 직장인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덕목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외국계 기업에서의 승진은 어떨까? 

외국계 기업에서의 승진은 일반적인 국내 기업에서 인식하고 있는 수준에 비해서는 그리 강력한 보상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자면, 국내기업에서 승진을 했을 경우에는 직급전환, 연봉상승, 그 밖의 복지 혜택이 현격하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승진을 함으로써, 사내의 위치가 달라지는 극적인 보상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계의 경우에는 국내기업만큼 승진으로 인해 사내에서의 위치가 현격하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외국계 기업은 지사의 형태이므로, 본사의 직급과 지사 내 직급 간의 차이가 있다. 아울러 한 회사 내에서도 다수의 사업부가 존재하기 때문에, 각 사업부마다 승진의 기준이 상이하다. 




설사, 소위 코리안 타이틀(Korean Title, 한국 지사 내의 직급을 지칭)로 승진했다고 해도, 연봉이 함께 상승되거나 복지혜택이 현격하게 달라지는 경우는 극히 소수에 해당한다. 연봉과 복지혜택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본사 혹은 최소 아시아 본사의 인사팀의 승인이 필요하다. "과연 이 사람이 연봉을 올려줄 만큼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 한국 지사, 아시아 본사 그리고 본사의 모든 평가가 긍정적으로 일치했을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에 비해 통일되지 않은 인사 보상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족보가 꼬이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담이 있는데, 이 일 역시 국내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유연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기업의 인사 시스템에서 기인한 것이다.


회사 재직 시에 B사업부에 계약직으로 들어온 신입 사원이 있었다. 직원의 경우,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유관 경력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정규직을 전제한 계약직 고용이라서, 모든 사람들이 해당 직원이 정직원이 이라고는 암암리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족보가 꼬이게(?)된 사건이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이 신입사원이 6개월 만에 대리가 된 것이다. 

물론, 다른 사업부에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해당직원의 업무수행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관해 확실한 정보나 지표는 없다. 그리고 각 사업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직원이 6개월 만에 파격승진을 하게 된 이유도 상세하게 알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사업부 구성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승진체계의 신뢰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아래와 같은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관경력도 없는데, 6개월 만에 대리를 달 수 있는 건가?"

"아무리 코리안 타이틀이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농담으로) 난 그럼 나중에 명함에 이사로 파달라고 해야겠다, 재밌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말 그대로 연봉과 복지의 상승이 없는 코리안 타이틀의 변경이라도, 연공서열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파격적인(?) 승진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인 국내 기업보다는 승진의 중요도가 낮긴 하지만, 그래도 '승진을 한다'는 자체가 직장생활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국내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공정하게 '능력'에 기반해서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인사 시스템이 두드러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크로스 체킹(Cross Checking)이다.  크로스 체킹은 동일한 부서원 혹은 같이 협업했던 구성원 중에 무작위로 설문지를 보내서 해당 직원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익명성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 설문을 진행하며, 설문 결과 역시 인사팀만 대외비로 공유하고, 이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계 기업이 100%의 정량평가로만 승진여부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조직사회인만큼 '해당 직원의 이미지, 평판' 같은 정성적 요소가 인사 평가에 더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가 더 어렵다"라는 말은 모든 기업 혹은 조직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인 것 같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 국내기업보다는 조금은 승진에서 자유로울 수는 있다. 

각 사업부마다 승진의 기준이 다르며, 각 부서장의 재량권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편이다. 또한, 자신의 직급보다는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더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량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려는 시도나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외국계 기업생활에서 승진의 중요도는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아직도 생생한 드라마 <미생>의 대사, 연봉과 승진은 직장생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디글






























헤더 이미지ⓒ Mockup Free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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