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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Jul 22. 2024

확률보다 강한 것은 확신이다

영화 머니볼(MONEYBALL)



영화 머니볼은 미국 야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나름 30년 넘게 야구 골수팬을 자청한 내게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여느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과 같이 최하위팀이 어떻게 극적으로 최상위팀으로 올라가느냐'이다. 즉, '언더독(underdog, 우승 가능 확률이 낮은 팀)의 반란'이라는 전형적인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머니볼은 다른 스포츠 영화들보다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줬다.



그렇다면, 머니볼은 왜 다른 스포츠 영화보다 더 깊은 여운과 감동을 줄 수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크게 아래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인생 그리고 선택'에 대한 통찰


이 영화가 흥미로웠던 점은 단장인 빌리빈의 야구인생 그리고 주요 인물들의 '인생과 선택'을 통해 우리의 인생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 속 빌리빈 단장은 고교야구시절 슈퍼루키였으나, 명문대 야구팀(스탠퍼드대)과 명문 프로팀(뉴욕 메츠)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프로리그로 가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의 성적은 점점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나중에는 프로를 나와 스태프가 되는 길을 선택해서 현재의 위치까지 온 것이다.  


영화 속 그는 부단장(피터 브랜드)과의 통화에서 "자네가 생각했을 때, 고교시절의 나는 프로로 갔어야 하나 아니면 대학으로 갔어야 하나?"라는 질문을 한다. 대학팀으로 갔어야 한다는 부단장의 말을 듣고, 빌리빈은 수긍하는 듯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다면, 고교시절의 빌리빈이 대학팀으로 갔다면 그는 지금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선수가 되어있었을까?  단언컨대, 그것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 우리가 하는 선택에 의해 좌우되지만, 그 선택이 최선인지 아닌지는 항상 살아왔던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빌리빈이 최연소 프로 입단과 스태프로서의 삶과 이혼을 선택하고, 명문대 경제학과 출신인 부단장이 야구가 좋아서 야구팀에 입사하고, 포수였던 스캇 해티버그가 1루수로 전향한 것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들이 봤을 때는 뜬금없어 보이기도, 혹은 비합리적인 선택 같아도, 그 선택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는 최소 몇 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머니볼은 이러한 인생과 선택에 대한 통찰을 우리에게 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2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한 '익숙함'을 버릴 수 있는 용기


영화 속 빌리빈 단장은 기존의 감독 및 스카우터들과 선수영입을 가지고 잦은 마찰을 일으킨다.

심지어 "자신의 말은 명령이라며, 따르지 않을 거면 나가라"는 식의 독단적인 행보도 보인다. 이러한 단장의 행보에 꼰대로 보이는 한 스카우터가 반발하며, "저 예일대 애송이와 함께 숫자놀음이나 잘해봐라, 내가 이 바닥에서 보낸 세월이 얼만지 아냐?"라는 말과 함께 시원하게 욕을 날리고 팀을 나간다.  


이처럼 감독, 스카우터들의 열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장과 부단장은 게임이론과 통계학을 활용하여, 선수들의 개개인의 성과, 승률 등을 정교하게 분석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타 팀에서 가성비 좋은 선수들을 트레이딩해 오기도 하고,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전환이나 전략에도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현재는 세이버 메트릭스(Sabermetrics)라고 하여, 프로야구팀의 전략분석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방법론이지만, 당시(2002)만 하더라고 이러한 방법론을 프로야구 전력분석에 적극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됐던 것 같다. 그래서 앞서 말한 장면처럼 스카우터가 "야구는 숫자놀음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숫자놀음 덕분에 최하위팀이 가장 낮은 운영비용으로 메이저리그 최초로 20승 연승을 거뒀으니, 참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성취 뒤에는 그동안 야구계에서 했던 관행적인 모든 것, 주관적인 판단에만 이루어졌던 모든 절차들을 버리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용기 있게 나아간 단장의 리더십이 8할 이상은 아니었을까 싶다.   




#3  확률보다 강한 것은 '확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적용해서 선수 개개인의 성과, 승률 등을 분석해서 정교하게 전략을 구성해도, 결국에는 감독, 스태프, 선수들의 '확신'이 승패를 가른다. 영화에서 보면,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팀의 확신'이었다. 그리고 선수들끼리 서로 사기를 북돋아주면서, 같이 훈련해 나갈 때 말 그대로 팀워크가 공고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숫자놀음도 중요하지만, 스포츠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은 바로 '확신'임을 머니볼을 통해 깨닫는다.  



아마, 이러한 스포츠맨십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정해진 승률을 넘어설 수 있는 짜릿함과 흥분을 가져다주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비록,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그 해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최하위팀이 메이저리그 최초 2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확신'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머니볼은 보기에 따라 야구 영화로만 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야구를 통해 인생에 대해 한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이 또한 뻔한 클리세 같지만, 아래의 같은 진리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에만 안주하면 안 되며, 때로는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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