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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Nov 24. 2024

보이지 않는 죽음의 활을 언제쯤 거두게 되는 것일까?

책 <신의 화살>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책의 제목인 신의 화살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질병의 신이자 치유의 신인 아폴론의 화살을 지칭한다. 

질병과 치유의 신이라는 말 자체가 아폴론이라는 신의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신화에서 사람들이 아폴론 신관의 딸을 납치하자, 이를 괘씸하게 여긴 아폴론은 본인의 화살로 인간 세계에 역병을 일으켜 벌을 내린다. 진노한 아폴론을 헤라와 다른 신들이 개입해서 진정시킨 후에 역병의 상황을 종료시킨다. 



과연,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난 전쟁일까?

최근 20년간 우리는 각종 전염병(원숭이 두창, 코로나 바이러스, 사스, 메르스 등등)에 시달려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 지도 불과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1장 극미한 존재


나비효과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이다. 중국에서 일어난 전염병이 전 세계를 뒤덮어 버렸으니 말이다. 코로나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전 세계 사람들은 중국에서의 코로나 발병과정과 이에 대한 의료진과 중국 정부의 대처(정보의 불투명성, 인권 없는 강압적인 폐쇄 정책으로 인한 민심동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 희생된 양심 있는 의사, 리원량의 죽음으로 인해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바이러스와 함께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저자는 진원지인 중국에서 미국으로 퍼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미국에서도 정부의 초기대응이 미흡했음을 지적한다. 바이러스의 여러 가지 변이(슈퍼 전파자가 있는 반면에 아예 전염이 안 되는 경우) 현상들 때문에 해당 전문가들이 바이러스의 유전적 형질을 분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 유전학의 발전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기본특성을 파악하고 확산지역을 추적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저자가 직접 연구하면서 본 여러 가지 사례들(사이토카인 폭풍, 코로나 증상들, 포스트 코로나 증후군)을 보면서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역병은 고대 때부터 있어왔고, 고대 샤머니즘에도 이를 치료해지는 신들도 존재(인도의 루드라, 중국의 온신)했다. 인류역사의 오래된 적은 21세기에 재등장했다. 과학기술을 이전보다 훨씬 발달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기술문명의 발달(특히 교통)이 바이러스에게는 생태적 해방을 안겨줬다. 따라서 이들은 인간사회에 이미 자리 잡았으며, 이렇게 된 이상 인간은 향후 지속적으로 나올 바이러스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2장 천적의 귀환


인류의 역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역병'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인류와 공존해 온 존재가 바로 이 바이러스다. 스페인 독감에 걸려서 죽다 살아난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할머니, 사스와 메르스로 죽어나간 수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은 불과 100년 전의 일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존재들을 잊고 산다.


저자는 의사이기 때문에 직접 연구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SARS-2)가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2003년의 사스(SARS-1) 보다 상대적으로 치명률은 낮지만, 무증상 감염의 기간에도 전염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응위주의 방역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고령자, 유아보다는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층, 친구가 없는 아싸보다는 인싸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서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예방방법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상황은 숙주(매개체)의 상태, 공중보건환경, 바이러스의 특성에 의해 심해지거나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다. 재밌는 예시로는 페스트의 치명률과 제1차 세계대전에서 바이러스에 유독 강한 반응을 보이는 병사들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 숙주의 치명률을 줄이려고 하며, 그에 맞게 적당히 진화한다. 하지만, 숙주(매개체)의 상태에 따라 치명률을 예외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가 소량의 피만 빨아먹는 벼룩이 매개체였던 페스트와 1차 세계대전 당시, 바이러스에 심하게 감염된 병사들은 오히려 전쟁에 나가지 않고 병원에 후송되어 생존한 사례 등이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각 나라의 공중보건환경에 따라 치명률이 천차만별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책에서는 코로나 초기, 우리나라의 초기 방역 대응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도 확인할 수 있다. 


격리(Qurantine)라는 말도 무역의 시대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배를 40일간 정박하는 것에 유래했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정화의 의미로 40이라는 숫자를 상징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에서 늘 함께였고, 다만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장 단절



유행병에 대응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크게 두 가지이다. 


약물적 개입: 백신, 과거에는 수은, 비소, 채찍질하기 등, 희생자를 줄이는데 기여는 하지만, 공헌도가 크지 않음


비약물적 개입: 개인적, 집단적으로 구분, 개인적 대응과 집단적 대응은 상호 보완관계

- 개인적: 손 씻기, 마스크 쓰기, 자가격리 하기 등

- 집단적: 정부에 의한 조율과 지시, 국경봉쇄, 휴교, 대규모 집합 금지, 검사와 접촉자 추석 및 격리 시행 등,  신체적 거리 두기가 핵심


비약물적 개입의 주 목적은 곡선 평탄화, 즉 발병자가 단기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의료 수요의 최고점을 낮추며, 질병의 정점을 뒤로 미루고, 총사망자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신체적 거리 두기는 사회, 경제에도 심각한 희생을 초래한다. 예를 들면, 실업이 증가하며 저소득층 아이들의 보육 서비스의 부재, 경제활동의 악영향 및 주가 하락이 있다. 실제로 마스크 착용 및 집합 금지 제한으로 인한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경제활성화와 방역의 사이에서 정부가 내놓은 조치들은 대부분 정치화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뉴욕 주지사와 뉴욕 시장은 처음에는 괜찮다며 사람들을 안심시켰지만,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자 방역 및 의료 물자 조달 및 의료, 방역 인원의 극심한 부족을 겪었다. 이를 이유로, 맥박이 없는 환자는 심폐소생을 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와 현장의 구조대원들이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저자는 미국과 우수 방역을 선제적으로 조치한 나라들(한국, 대만, 일본, 중국 등)과 비교하면서, 방역 선진국이라 믿었던 미국 방역당국의 허술한 대응에 실망했음을 드러낸다. 초기 전염벙의 확산 속도는 같지만, 각 나라의 비약물적 개입조치에 따라 곡선 평탄화에 다다른 속도는 각기 다르다는 점을 설명한다. 


과거부터 전염병, 특히 전염병의 유행기는 신체적 거리 두기와 경제붕괴, 침체된 세상을 불러왔다. 이외에도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자유, 일상)을 잃어버리는 시기가, 바로 이 팬데믹(Pandemic)의 시기이다. 




4장 비탄, 공포, 거짓말



유행병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홀로 죽어가게 한다. 코로나 시기, 가족의 임종도 지키지 못할 정도로 유행병은 우리를 비탄에 빠지게 한다. 비단 죽음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잃어버렸다는 비탄에 빠지게 한다. 예를 들면, 기업활동 금지, 사회적 집합 행위 금지, 대면 교육 금지 등이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지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때로는 정치적 시위(인종 갈등 관련 시위)에 밀려 유행병으로 인한 죽음은 그냥 그저 그런 뉴스로 잊히기도 했다.


유행병은 두려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두려움을 맞서기 위해 통제감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통제감은 긍정적으로 발현이 되면,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를 하는 공중보건에 유익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부정적으로 발현될 경우에는 유행병의 원인을 소수집단, 이방인 혹은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공포는 전염되며, 이러한 현상을 '집단 심인성 질환'이라고 한다. 실제 몸에는 아무런 물리적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어나는 증상이다. 


유행병은 거짓말도 진실로 믿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코로나 범유행 시기, 미국의 많은 의료진이 마스크 사용의 의무화, 의료 물자의 부족에 대한 개인 의견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해서 사회적 불이익을 당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울러, 미 트럼프 정부 당시에 질병관리본부의 입을 막은 것도,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클로락스(세제)를 마시면 코로나가 치료된다는 터무니없는 말도 일부 대중들은 진실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이 세제를 마시고 죽은 미국인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였다. 심지어 전문가들 사이에도 게재 전 논문들을 공개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기면서, 거짓정보의 유행인 인포데믹(infodemic)을 부추기기도 했다. 




5장  우리와 타인



역사적으로 전염병을 퍼뜨렸거나 전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타인을 박해하는 인간의 충동은 계속되어 왔다. 특정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특정 인종을 지정해서 마녀사냥하고 그들을 잔인하게 박해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한 폐렴'이라고 규정지으면서 그대로 나타났다. "미국 역사상 지금까지 이런 공격은 없었다"라는 그의 발언에서부터 미국 전역 아시안 혐오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며, 병에 감염되는 주요 원인은 개인의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 국적, 소속 집단에 따라 피아를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현대판 마녀사냥이다.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는 것이 발병 초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 그 분리효과는 미미하다.


재밌는 점은 현실적으로 전염병 범유행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갈등 양상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사회, 경제적 요인 때문에 그 희생양은 사회적 약자 혹은 경제적 약자들이 우선적으로 된다. 그리고 사회, 경제적 지위에 따라서 동종선호(동종 집단의 구성원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현상)를 보이기 때문에, 특정 집단의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의료 인프라의 부실과 제한된 의료 물자의 배분에서 사회철학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예를 들면, "생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의료 물자를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하는지?" 혹은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료 인프라의 낮은 접근성으로 인한 발병 혹은 사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등이다. 


결국, 범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해결책은 피아를 구분하고, 책임소재를 타인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 연대와 집단적 방역의지에 있다. 




6장 연대



평범한 사람들도 재난, 위기 속에서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유행병이라는 위기는 약탈, 이기심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드시 연대해야 하는 상황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사회적 특성(교감, 협동)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은 재난 동정심을 느끼면서, 기존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우리'의 범주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대감은 자원봉사, 타인을 위한 희생과 같은 행위들을 낳는다. 또한 유행병 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결혼율이 증가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역으로, 가정폭력과 이혼율이 높아지는 현상도 동시에 일어난다. 


인간은 사회적 학습을 통해 생존해 왔고,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내고 후대에 계승해 왔다. 우리가 현재 인공지능의 혜택을 누리는 것도 문화의 축적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 문명의 이기를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다. 감염병의 백신 개발도 이러한 문화의 축적에 기반한다. 먼 과거로부터 방대한 전문지식이 축적되었으며, 전 세계의 환자, 과학자, 의사들의 지식 축척 및 보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천연두 백신부터 시작해서 HIV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희생이 있기에 가능하다. 코로나 백신 개발 역시 급속한 개발로 인한 안정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굴하지 않고 임상실험에 자원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타심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연대'인 것이다. 




7장 변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은 인간은 고통받지만, 자연은 치유되어 갔다. 공해가 없는 자연과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나다니는 도시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개인의 사고방식과 습관이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는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고, 비대면이라는 뉴노멀(New normal)로 인해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가 출현하기도 했다. 디지털 붕괴라는 말처럼 우리의 그동안 알고 있던 모든 행동양식들이 디지털이라는 수단으로 급격하게 대체되면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가 직면한 역설은 프라이버시의 과잉과 결핍이 동시에 벌어진다는 점이다. 가족들이 한 집에서만 모든 생활을 같이 하는 반면에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 개인정보의 공개영역이 넓어지고, 각국에서는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적하거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위치 데이터, CCTV 영상, 신용카드 거래 기록까지 활용해서 감염자의 동선을 추적했다고 한다. 


이러한 대유행병의 시기, 종교의 무용함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종교가 있는 사람은 더 신실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공통적인 특징은 스스로의 신념, 가치관을 성찰하면서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면서,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의료인들이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환자의 생존율이 올라가기도 한다. 경제는 타격을 받았지만,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해 블루 칼라의 직종이나 필수 산업 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기는 해당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코로나는 정치, 문화적 경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과학을 깎아내리거나 진실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외에도 전문성을 무시하고 반엘리트주의로 기우는 흐름 역시 미국사회에서 감지되고 있다. 필자는 미국인들은 과학을 신뢰하지만 개인적, 종교적, 윤리적 가치와 충동하는 순간부터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지지정당의 성향에 과학에 대한 신뢰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 방역과 코로나 이후의 변화한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8장 전염병의 종식



세계화, 집단 이주, 교통의 발달, 끝없는 인구 증가 그리고 대도시의 인구 집중화 경향으로 인해 감염병은 사라질 수 없다. 야생동물이라는 매개체로 수많은 감염병들이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고, 이러한 유행은 사회를 무너뜨리고 변화를 만들었다. 결국, 이런 유행을 다스린 것은 협력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반한 인간의 힘이었다. 


코로나의 종식의 대표적인 현상이 집단면역이다. 바이러스가 인간들 사이에 퍼지면서 계속 진화하다 보니 힘이 약해졌고, 풍토병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유행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 병에 대한 면역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면 집단면역이 된다.


병원체뿐만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도 병원체보다는 느린 속도로 대응해서 진화한다. 오래전 말라리아에 앓은 조상이 있다면, 후대에는 걸리지 않는 유전자의 형태로 진화한다. 긴 세월에 걸쳐 인간의 유전형질을 바꿔놓음으로써 유행병이 종식되기도 한다. 


범유행은 사회적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포와 불안, 사회경제적 혼란이 가라앉는 것 역시 사회적 종식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전염병에는 늘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함의가 덧씌워졌었다. 과거에도 전염병을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음모나 헛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최근 코로나까지도 마찬가지의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한 가지 사실은 우리는 모두 긴밀한 유기적 관계 속에 있으며, 사회의 전체 복지 수준은 최약 계층의 복지 수준을 기준하여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연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행병은 인류 역사 이래 아폴론의 화살처럼 우리와 함께 해왔고, 우리의 진화에 기여해 왔다. 이전에도 인류가 가진 생물학적, 사회적 수단으로 유행병을 이겨낸 것처럼, 코로나 역시도 이겨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자 사회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팬데믹이라는 코로나의 상황을 의학적 지식에 기반해 설명하되, 이로 인해 발생한 정치, 경제현상을 인문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의학적인 지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생소한 용어들 때문에 조금은 낯설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역병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의학적 지식과 인문사회학적인 시각을 동시에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어쩌면 끝나지 않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아폴론의 죽음의 활시위는 인류를 향해 계속 당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북튜브, 북끼리의 북큐레이션』

https://youtu.be/zUOcLg445WI?si=nT-XgSlLmQR_Fs7B


 



헤더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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