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선장이라는 이름, 작가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작가

by 반전토끼

2025년 을사년의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았지만, 사실 지난 연말부터 그냥 게을러지고 싶었다.



작년에 책도 출간했고, 대형서점에 가도 내 책을 발견할 수 있어서 내심 뿌듯했었다. 그리고 고맙게도 다수의 독립서점에서도 입고를 승인해 주셔서, 이제 정말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작가로서 온갖 마케팅(?)에도 힘써봤지만, 책이 팔리는 것은 말 그대로 냉혹한 현실이었다. 막상 출판사에서 정산내역을 알려주면, 날도 추운데 마음 한편이 더 추워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헛헛한 마음을 안고 내 책을 보러 간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바로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봅시다>였다.



이 책은 간단하게만 요약하면 장르별 작법서, 작가의 마인드셋, 작가가 부딪혀야 할 냉혹한 현실(?) 정도다. 일러스트 표지와 오렌지빛 디자인이 헛헛한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는 것 같아 일단 구매했다.



이 책의 리뷰는 일일이 내용을 요약해서 작성하기보다는 책을 출간한 인지도 낮은 작가의 관점에서의 주관적인 리뷰로 써보려고 한다. 작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쯤 구매해서 읽어보시길 권장한다.



일단, 이 책을 쓰게 된 작가의 의도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라는 마인드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작가들이 나왔으면 좋겠고, 사람들에게 다양하고 많은 책이 읽혔으면 좋겠다."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썼다는 점이 '작가답다'라는 수식어가 절로 나오게 했다.



사실, 출판시장이 거의 사장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출판사마저도 북클럽과 같은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서 출판하는 것이 이미 트렌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또한, 지역의 대형서점들이 줄폐업을 하면서 출판시장의 수익 악화를 목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책을 쓴다는 것, 작가라는 직업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수없이 해봤었다. 또한, 재능이라는 이 무시무시한 단어를 생각하며, "재능이 없는데 허세를 부리고 있는 작가가 바로 나인가?"라는 질문도 말이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준 책이 <책 한번 써봅시다>였다.



이 책에서 작가는 재능이 없어도, 일상의 소소함 혹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에서 자신만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작법서를 독파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진정성을 담아 솔직 담백하게 풀어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독자들이 그 진정성과 책의 가치를 알아봐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 있고,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에세이부터 소설, 논픽션까지 어떻게 접근해서 써야 하는지를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가장 좋은 점은 "이게 무조건 답이니까 이대로 써라"라는 느낌보다는 " 내 경우에는 이러한데, 이것을 참고해서 너만의 방법을 꼭 찾아야 해"라는 느낌이라서 좋았다. 아울러, "이 책을 보고 있다고 해서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니, 직접 글을 써봐라!"라는 충고를 보고 나한테 하는 소리인가 싶어서 뜨끔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싶었던 부분은 작가의 생활(루틴) 관리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왜 써야 하는가?"의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답변이었다.



나 역시 작가라는 공통적인 직업을 가졌다 보니 규칙적인 루틴을 가지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는 말에 1000% 이상 공감했다. 작가는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글을 쓴다고 한다. 물론 생각하고 자료 찾는 것 등의 활동도 포함이다. 여느 직업인들처럼 작가가 1년 동안 총 근무시간을 스스로 정해서 하루 단위로 시간을 정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도 저런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계획적으로 꾸려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잘 나가는 사람이 더 부지런한 건가..



마지막으로는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에 대해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 매우 유쾌하면서도 명쾌하게 답변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작가라 함은 세상과 유리되어서 본인만의 세계에서 갇혀사는 예술가"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오히려 "세상의 모든 일,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발전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글로써 자기만의 방식대로 풀어나가야 하는 사람들은 써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부록에서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자라는 망망대해에서 저마다의 고독을 가지고 배를 항해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행본 이상을 낸 사람들을 선장이라고 비유하는데, 그렇게 치면 나도 작은 통통배 선장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책을 쓰는지(바다로 나가려고 안달 나는지) 이해를 못 하지만, 작가(뱃사람)들끼리의 연대는 매우 끈끈하지만 한편으로는 경쟁을 하는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이 배가 언젠가는 난파되어서 죽을 수도 있고, 더 크고 신형인 배(기술발전, 예:인공지능)가 나타나서 도태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걸작을 쓰고 싶다는 야심(?)을 "바다 가장 멀리 나가서 죽고 싶다"라는 비유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독, 독선'이라는 뉴미디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 단어들이 작가를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나 역시도 작가 이전에는 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어서, 어쩔 때는 회사 생활이 조금은 그리워질(?) 때가 있기도 한다. 이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라면 무릇 이 고독과 독선을 즐기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고유성임을 알게 되었다. '독선'이 있기에 '나만의 방식'으로 어떤 소재든 글로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힘들지만 작가로서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계속 글을 쓰면서 책을 내려고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사람의 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서 서평을 소소하게 남기는 것도 출판 생태계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언젠가는 글자라는 심오한 바다에서 범선을 타고 능숙하게 대양을 누빌 수 있는 작가가 되길 희망한다.



걸작을 남기고 싶다는 장강명 작가님은 벌써 6쇄 인쇄를... 역시 전교 1등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법인가ㅎㅎ







헤더이미지 Unsplash의 Austin Neill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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