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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l 07. 2022

아들의 스마트폰

아들아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요즘 고2 둘째의 취침 시간이 많이 늦습니다. 새벽 2시가 다 되어야 잡니다. 공부를 하느라 늦게 자는 게 아닙니다. 스마트 폰 때문입니다.


되도록 통제를 하지 않고 아들의 자율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 놔두고 있는데 취침 시간이 늦어지니 슬슬 걱정과 화가 올라옵니다.


그렇다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 지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학원을 빠진다거나, 학교에서 과도하게 졸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딱히 꾸중을 하거나 통제할 거리가 없습니다. 다만 부모로서 스마트 폰을 너무 과하게 만지는 것에 걱정이 되고, 지각을 하지는 않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하는 것에 화가 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아들과 대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아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 것이 어색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엿봤습니다.


기회를 엿보다 아무래도  아침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빠 : 그렇게 늦게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지 않아?

둘째 : 조금 힘들긴 한데 괜찮아요

아빠 : 그래? 아빠가 보기에는 힘들어 보이는데. 깨워도 한 번 만에 일어나지 않고

둘째 :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아빠 : 아빠가 보기에는 너 학교나 학원에서 많이 졸 것 같은데

둘째 : 조금 졸리긴 하는데 그렇다고 심하게 졸고 그러진 않아요

아빠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스마트 폰을 너무 많이 만지는 것 같아서 아빠가 조금 걱정이 되네. 취침 시간이 늦는 것도 그렇고,

둘째 : 할 건 다하고 만져요, 아빠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빠 :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아빠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데..... 그래도 스마트 폰 만지는 시간을 조금만 줄여보면 어떨까?

둘째 : 그렇게 많이 만지는 건 아닌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적당하게 만진다고 생각을 해요.

아빠 :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아빠가 보기에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이 만지는 것 같아. 너 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많이 보는 것 같아.

둘째 : 시력 안 나빠지게 잘 볼게요.

아빠 : 그래? 너는 스마트 폰을 줄일 생각이 없나 보구나

둘째 : 그다지 많이 하는 것 같지 않아서요

아빠 : 그래. 네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러면 자는 시간을 조금만 당겨보는 건 어때? 되도록 1시 전에는 자는 걸로 했으면 좋겠는데. 그래야 학교나 학원에서 잠 오는 것 때문에 덜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둘째 : 음...... 그건 고민해 볼게요.

아빠 ; 그래. 아빠가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까 너도 생각을 해봐.



둘째와 대화를 하면서 내가 지금 둘째에게 무엇이 화가 났는지. 그리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부터 정리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1시 넘어 자도 딱히 힘들어하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것은 다하고 스마트 폰을 만진다고 말하는 둘째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나름 비싼 돈 들여보내는 학원에서 졸면서 시간 낭비할까 봐, 그래서 성적이 떨어질 것 같아 화가 나는 것입니다.


걱정되는 부분은 둘째에게 부탁을 하고 화가 나는 부분은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하면 되는데, 자꾸만 설득하고 협박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모순을 만들어 내고 맙니다.


등교하는 둘째에게 한 마디 했습니다.


‘아무래도 네가 스마트 폰 만지면서 늦게 자니까 성적 떨어질까 봐 그리고 시력 나빠질까 봐 걱정이 돼서 아빠가 자꾸 신경이 쓰이네. 그래서 아빠가 너한테 이야기해 보는 거야’


둘째가 씩 웃으며 저에게 한마디 던지고 집을 나섭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성적 안 떨어지게 잘 조율하고 있어요, 시력은 저도 신경을 쓸게요. 그러니까 아빠도 너무 걱정하거나 화내지 마세요. 저도 다 계획이 있어요’


그렇습니다. 둘째는 다 계획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제가 잔소리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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