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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철 Jul 26. 2022

생사람 잡기

확증편향

분주하게 출근을 준비하는데 막내가 조용히 와서 친구 생일인데 선물도 사고 맛난 것도 사 먹어야 한다고 용돈을 달라고 합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 막내에게 주고 집을 나섰습니다. 시동을 켜고 출발하려는데 갑자기 금방 막내에게 용돈을 주면서 지갑 안에 돈이 비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른 지갑을 열어 확인했습니다. 있어야 할 돈에서 정확히 5만 원이 빕니다. 혹시나 해서 지출 내역을 생각해 봤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5만 원에 대한 지출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군가 지갑에 손을 댔다는 것이 됩니다.     


지갑에 손을 댈 수 있는 건 아들들 가운데 한 녀석이 틀림없습니다. 출근을 하며 탐정이 되어 봅니다.      


그동안의 아들들의 행동을 떠올려 보니 둘째의 행동에 의문이 생깁니다. 일단 둘째가 용의 선상에 오르니 둘째의 모든 행동이 의심되기 시작합니다.


 용돈을 늦게 보냈음에도 재촉하지 않았고, 최근 여자 친구가 생겼고, 씀씀이도 커진 것 같았습니다.   


정황이 딱 들어맞습니다. 의심은 확신이 되었습니다. 퇴근 후 둘째를 불러 물어보기로 하고 일단 출근을 했습니다.     


확신은 생겼고, 이제 물증만 찾으면 됩니다. 아니며 자백을 받으면 됩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학교에 도착을 했습니다.     


점심시간에 동료 교수님이 점심 같이 먹자고 왔습니다. 간단히 챙겨 교수님과 나갔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데 옆에 타신 교수님께서 ‘어제 빌린 5만 원~ 덕분에 잘 사용했어. 오늘 점심은 내가 살게’라고 합니다.     


순간 5만 원의 출처가 기억이 났습니다. 어제 급하다고 해서 교수님께 빌려줬는데 그걸 기억 못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점심을 먹고 연구실에 앉아 아침의 일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게 의심이 가던 둘째의 행동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별 다를 게 없는 일상의 행동이었습니다.     


평소에 용돈을 아껴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샀고, 용돈이 늦어도 한 번도 투정 부리지 않았던 아들인데 그런 행동을 의심했던 것입니다.     

심리학 용어 중 ‘확증편향’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런던대학의 심리학자인 왓슨이 최초로 사용한 용어입니다.     


확증편향은 간단하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믿는 심리현상’을 말합니다. 

    

확증편향이 생기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자신의 생각, 신념, 가치 만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사람’ 잡기 ‘딱’인 것입니다. 

    

부모가 확증편향을 가지고 자녀를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요? 끊임없이 의심하고, 잔소리하고, 짜증을 낼 겁니다.     


자녀가 하는 모든 말은 거짓말로 들리고, 자녀가 하는 모든 행동은 문제 행동으로 보이고, 말투 하나하나가 반항으로 보일 것입니다.     


제가 아침에 둘째를 의심했을 때 분명 둘째가 지갑에 손을 댄 것이라 확신을 했습니다. 정황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확신이 깨졌을 때 그렇게 의심이 가던 행동은 자연스러운 둘째의 행동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부모는 늘 자신의 확증편향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합니다. 생사람 잡기 전에 말입니다.    

전문가들은 확증편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합니다.     


첫째, 확증편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둘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확정된 자신의 생각에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셋째, 자신의 신념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살펴야 한다.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과 모순되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넷째, 비판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나의 생각, 직관, 느낌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     



퇴근을 하고 둘째를 말없이 꼭 안아 주었습니다. 둘째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빠가 너한테 사과할 일이 있어서 그래, 아들 아빠가 진짜 미안해’    

 

영문을 모르는 둘째가 절 멀뚱히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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