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아빠, 나는 누가 배로 낳아줬게? 아빠는 알아?"
답이 없다.
나는 안방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고, 부엌 식탁에서 사랑이가 아빠랑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남편이 뭐라 답을 하려나 싶어 귀를 기울이는데, 이 사람 답이 없다. 방 안에 있는데도 남편의 당황한 표정이 그려졌다.
(사랑)"아빠, 누가 배로 낳아줬냐고~"
(아빠)"아빤 잘 몰라"
이 사람이 참... 쓸데없이 정직하기는. 아이의 시무룩함이 상상되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엄마)"사랑아, 뭐라고? 엄마가 대답해줄게."
(사랑)"아니이~~ 나 누가 배로 낳아줬냐고 하는데 아빠가 모른대~"
(엄마)"사랑이는 '낳아준 엄마'가 배로 낳았지~ 엄마도 알고 사랑이도 아는데에~ 왜 아빠는 모른대?"
(사랑)"맞지? 아빠는 모른대~"
남편을 살짝 툭 치며 사랑이에게 웃어보였다.
(엄마) "아빠 장난꾸러기다 그지?"
(사랑) "맞지? 아빠는 왜 모른다고 해?"
(아빠) "아빠도 알아. 장난친거야."
남편이 뒤늦게 분위기를 맞췄다.
(엄마) "그런데 사랑이 '낳아준 엄마'는 왜에?"
(사랑) "엄마, 사랑이 이렇게 이쁘게 낳아줘서 고맙지이~"
요즘 사랑이에게 내가 간간히 하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낳아준 엄마'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예쁘게 낳아줘서 고맙지 않아?"소리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남편이 간식을 먹는 딸아이에게 이쁘다 했더니 그 생각이 났나보다. 그래서 아빠에게 낳아준 엄마 이야기를 꺼냈는데, 남편에겐 아직도 이런 상황들이 당황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엄마) "그지? 너무 고맙지? 엄마가 고마워서 밥이라도 다음에 사줘야겠다."
(사랑) "응 꼭 사줘. 맛있는 거 비싼 거 사줘."
(엄마) "그래, 소고기 사주자. 소고기."
(사랑) "응, 나도 먹을래. 소고기"
널 예쁘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네 입으로 들으니 어찌나 감사한지.
그런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크자. 내 딸.
언젠가 진짜 소고기를 사줄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땐, 너도 데려가서 같이 사 줄게. 소고기.
제 딸을 이렇게 예쁘게 낳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