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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ug 24. 2024

47. 제 딸을 예쁘게 낳아줘서 고맙습니다.

 (사랑) "아빠, 나는 누가 배로 낳아줬게? 아빠는 알아?"

 답이 없다.

 

나는 안방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고, 부엌 식탁에서 사랑이가 아빠랑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남편이 뭐라 답을 하려나 싶어 귀를 기울이는데, 이 사람 답이 없다. 방 안에 있는데도 남편의 당황한 표정이 그려졌다. 

  (사랑)"아빠, 누가 배로 낳아줬냐고~"

  (아빠)"아빤 잘 몰라"

  

 이 사람이 참... 쓸데없이 정직하기는. 아이의 시무룩함이 상상되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엄마)"사랑아, 뭐라고? 엄마가 대답해줄게."

  (사랑)"아니이~~ 나 누가 배로 낳아줬냐고 하는데 아빠가 모른대~"

  (엄마)"사랑이는 '낳아준 엄마'가 배로 낳았지~ 엄마도 알고 사랑이도 아는데에~ 왜 아빠는 모른대?"

  (사랑)"맞지? 아빠는 모른대~"


  남편을 살짝 툭 치며 사랑이에게 웃어보였다.

   (엄마) "아빠 장난꾸러기다 그지?"

   (사랑) "맞지? 아빠는 왜 모른다고 해?"

   (아빠) "아빠도 알아. 장난친거야."

   남편이 뒤늦게 분위기를 맞췄다. 


   (엄마) "그런데 사랑이 '낳아준 엄마'는 왜에?"

   (사랑) "엄마, 사랑이 이렇게 이쁘게 낳아줘서 고맙지이~"

   요즘 사랑이에게 내가 간간히 하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낳아준 엄마'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예쁘게 낳아줘서 고맙지 않아?"소리를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남편이 간식을 먹는 딸아이에게 이쁘다 했더니 그 생각이 났나보다. 그래서 아빠에게 낳아준 엄마 이야기를 꺼냈는데, 남편에겐 아직도 이런 상황들이 당황스럽기만 한 모양이었다. 


   (엄마) "그지? 너무 고맙지? 엄마가 고마워서 밥이라도 다음에 사줘야겠다."

   (사랑) "응 꼭 사줘. 맛있는 거 비싼 거 사줘."

   (엄마) "그래, 소고기 사주자. 소고기."

   (사랑) "응, 나도 먹을래. 소고기"


  널 예쁘게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네 입으로 들으니 어찌나 감사한지. 

  그런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크자. 내 딸.

  언젠가 진짜 소고기를 사줄 날이 올지도 모르지. 그땐, 너도 데려가서 같이 사 줄게. 소고기.


  제 딸을 이렇게 예쁘게 낳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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