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심심한데 유니클로 구경이나 갈까?"
"왜 소비가 하고 싶나? 크크크"
"아니, 나 옷 안에 받쳐 입을 캐미솔이 하나 필요해."
주말인데, 집에만 있으니 푹푹 꺼졌다. 아침을 먹고 책을 읽다 그대로 잠들어서 한 시간이 넘게 잤다. 그냥 잔 게 아니라, 정신을 못차리면서 꿈 속을 헤매고 다녔다. 일어나니 머리가 아팠다. 분명 아침을 먹고 얼마 있다 잤는데, 남편이 점심을 차리고 있었다. 깨지 않은 정신으로 군만두를 집어들었다.
"이거 점심이야?"
"응, 자고 있길래 그냥 내맘대로 만들었어. 군만두에 비빔면."
"응. 고마워."
아무래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이대로 있으면 그대로 다시 잠들어 저녁식사까지 잔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무래도 집밖으로 나가야겠다. 남편이 도서관을 제안했지만, 오늘은 내키지 않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림욕을 하러 가자는 말에 솔깃해져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 준비를 하고 나섰는데 남편이 산림욕은 오랜만이라고 말하는 순간, 내 마음이 남편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왜인지 알 수 없다. 그냥 나는 가끔 그렇다. 산림욕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샤워를 시작했지만, 준비할 때는 줄곧 백화점에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화점에 갈꺼니까 화장도 좀 하고, 백화점에 갈꺼니까 옷도 챙겨 입었다. 왜냐고?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선 백화점을 걷고 유니클로를 구경하는 내가 있었다.
"우리 심심한데 유니클로 구경이나 갈까?"
"왜 소비가 하고 싶나? 크크크"
"아니, 나 옷 안에 받쳐 입을 캐미솔이 하나 필요해."
우리는 약속한 산림욕을 하고, 조금의 드라이브를 더 한 뒤 유니클로에 갔다. 캐미솔을 사러 갔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 들려서 운동화도 구경하고 신어보기도 했다. 꽤 마음에 드는 운동화도 발견했지만 사지 않고 나왔다. 우리는 완벽히 마음에 드는, 그리고 지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이제 구입하지 않는다. 집에 있는 같은 물건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신랑이 운동화를 사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가진 운동화 중 하나를 버릴 정도로 마음에 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에 살 땐 이런 스타일도 사 볼까, 정도의 마음가짐이랄까.
유니클로에 들어선 나도 반바지 하나, 긴 바지 하나, 원피스 하나를 골라 입어보았다. 옷은 잘못하지 않았다. 예쁜 옷인데, 내 마음엔 차지 않았다. 여름이 되니, 얇은 천 사이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제 슬슬 다이어트를 해야할 모양이다. 옷장 정리를 하면서 후줄근한 반바지를 버리고 나니, 남은 반바지가 하나도 없었다. 새로 하나 사긴 해야 하지만, 이 옷은 완벽하게 내맘에 들지 않았다. 여러 벌을 사는 게 아니니까, 색깔이며 디자인, 소재가 모두 마음에 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바지는 땡, 탈락이다. 유니클로에서 예정되어 있던 캐미솔만 사 들고 돌아 나오려는데, 마 소재의 가디건이 내 눈에 들어왔다. 착용감도 길이감도 딱 마음에 들었다. 남편도 괜찮아 보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까. 마음이 흔들렸다. 백화점에 들어오고 처음 크게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내 옷장의 가디건들을 떠올렸다. 요 근래 옷정리를 했기 때문에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분명히 가디건은 대여섯 벌은 되었는데,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다. 다른 옷들을 버리면서도 가디건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또 가디건을 집어들고 있는 것이다. 왜 내 옷장에 가디건이 가장 많은지 그 순간 깨달았다. 여기서 이 가디건(이 이쁜 가디건)을 하나 더 사면, 조금 더 풍성해지는 것 뿐 내 옷장에는 큰 차이가 없다. 가디건이 이쁘지만, 무엇이든 이뻐서 산다면 내 옷장은 다시 예전으로 금세 돌아갈 것이다. 오히려 다음 기회에 마음에 꼭 드는 반바지를 구입하는 편이 낫다. 슬펐지만, 가디건을 내려놓았다.
캐미솔 하나만 구입하고, 외식코너를 둘러보면서 스파게티를 사먹고 싶다는 남편에게 집에 가서 스파게티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돌아나왔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마트에 들르지 않고, 집에 와서 호박전과 두릅데친 것과 어묵볶음을 해서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다. 그제서야 캐미솔만 사들고 집에 온 내가 대견해졌다. 가디건은 금세 잊었다. 만약 집에 와서도 며칠동안 눈 앞에 어른거릴 정도라면, 다시 가서 구입하면 그만이다. 다시 갔을 때 없다면 그건 나와 인연이 아닌 것이다. 일단 한 템포 쉬어갈 필요가 있다. 돌아서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잊는 게 사람이다. 남편도 막상 집에 오니 점심에 비빔면을 먹은 것을 떠올리고, 밀가루를 연달아 먹고 싶지 않다고 해 밥을 해 먹었다. 친정에서 가져온 두릅을 데치고, 애호박을 채썰어 쌀가루에 버물려 굽고, 어묵을 새로 볶으니 신랑도 만족스러워했다.
미니멀라이프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자주 경험한다. 여기 저기 필요한 물건만 딱 올려져 있는 인스타 사진은 그럴싸하지만, 소비를 참는 순간은 꽤 고통스럽다.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했다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매장의 물건을 집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고통을 곧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견디고 집으로 돌아온다면 간소하고 단순한 공간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고 통장에 남아 있는 돈도.
오히려 예전엔 돈을 아껴야 하니까 물건을 사지 못한다고 생각해 괴로웠다. 지금은 미니멀라이프라는 내 삶의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 자신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껏 미니멀라이프를 즐기라. 덩달아 당신의 지갑이 풍성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