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자.
미니멀 소비도 미니멀~
부엌의 찬장을 열어 컵을 하나 꺼내는데 갑자기 찬장의 컵들을 바라보았다. 겨우 둘이 사는데, 컵이 서른 개는 족히 넘어보였다. 갑자기 답답한 마음이 든다. 4개의 컵만 남기고 모두 다용도실로 옮겼다.
이게 내 미니멀 생활의 시작이다. 유리컵 2개와 머그컵 2개만을 남기고 모든 컵, 컵, 컵을 모두 치웠다. 일단 다용도실로 옮겼다. 혹시 후회할까봐 바로 버리기는 두려웠다. 버리는 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정도 기간을 두고 쓰지 않는다는 마음이 들면 버려도 늦지 않다. 그 뒤엔 수저의 개수를 줄이고, 밥그릇도 치우고, 접시도 줄였다. 후라이팬도 궁중팬과 일반 팬 하나씩만 남기고, 쓰지 않는 다양한 소스도 모두 치웠다. 그 다음은 거실의 책장, 그리고 안방의 옷장으로 미니멀한 삶은 옮겨다녔다.
갑자기 미니멀라이프를 살아보겠다고 하는 아내를 말리지 않는 신랑이 참 고맙다. 부족해진 식기 때문에 자주 설거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혹시 짜증을 내지 않을까, 신랑의 눈치를 살폈다. 사실 식기가 많으면 설거지를 하지 않은 채 다시 새 접시를 꺼낸다. 그러면 설거지거리가 두 배로 쌓이고 이는 곧 집안일 스트레스가 된다. 신랑이 내 생각을 잘 이해해주고 따라줘서 매우 고맙다. 게다가 내가 계속 버릴 물건을 현관 앞에 쌓아두니 신랑이 계속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야했다. 버려도 버려도 현관에 쓰레기들이 쌓여갔다. 집에는 왜 이렇게 물건이 많은가.
일주일정도 폭풍과 같은 '버리기'가 계속 되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밤이면 이전에 사두었던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책을 읽다 잠들었다. 자투리 시간엔 유튜브로 미니멀라이프 채널 영상을 찾아봤다. 이미 많은 것을 정리했지만, 영상을 보면 더 버려도 충분히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적응을 위해 잠시 이 상태로 더 살아보기로 했다. 한 번에 너무 변하면 거부반응이 오기 쉽다.
"우리 쓸 데 없는 거 진짜 많이 샀다. 그지? 이거 다 돈인데......."
남편의 입에서 내가 우려했던 말이 나왔다. 대부분의 쓰레기는 모두 나와 연관된 것들이었다. 일명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각종 팬시 용품과 안입게 된 옷과 구두, 넘쳐나는 컵과 접시들. 지나치게 많이 사 지금은 유통기한이 충분히 지났을 법한 화장품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들은 에센스가 있는데 에센스를 사고, 립스틱이 있는데 립스틱을 산다. 모두 조금씩 다른 거니까.) 신랑도 버리다 버리다가, 한 마디쯤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왠지 뿔이 나지만, 맞는 말이었다.
봄 옷, 여름 옷을 조금 더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미니멀리스트의 관점으로 옷장을 보니, 옷은 넘쳐 흐를 정도가 되었다. 오히려 셔츠 몇 벌과 가디건 몇 벌은 더 버려도 될 법한데, 나의 미련이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계절에도 한 번도 안 입으면 버리겠다고 나 스스로에게 애걸복걸하고 있었다. 이로서 이번 여름엔 더이상 옷을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낡은 여름용 덧신을 버리고 새로 세 켤레만 다시 구입하기로 했다. 옷을 더 구입하지 않는 계절이라, 내 삶에 그런 때가 있었던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하니, 쇼핑을 바라보는 자세가 도가 튼 스님 같아졌다. 법정스님이 '무소유'라 하지 않으셨던가. 이미 가진 것을 여러 방도로 활용해 쓰는 것도 생각해보게 된다. 일반 후라이팬이 있는데, 굳이 네모난 후라이팬으로 계란말이를 더 '예쁘게' 만들어 먹는 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가진 물건을 하나라도 더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는 마당에 새 물건이 가당키나 한가. 물건이 많으면, 보관할 장소를 마련해야 하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닦아야 한다. 그런 일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시간에 다른 걸 하자.
미니멀리스트가 되려고 하니, 어느새 시간도 공간도 절약되기 시작했다. 쇼핑리스트가 비게 된 것은 당연하다. 절약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쇼핑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가 되었다. 더 이상 내 집에 쉽게 아무 물건이나 들이지 않겠다. 꼭 필요한 물건만 들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꽤 편하고 의미있게 삶을 변화시키고 절약하게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쇼핑을 좋아해서 절약이 힘들다면, 당장 미니멀라이프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하나 찾아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