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보, 이제 바짝 졸라맬 때야!

생활비 통장을 공유하는 방법

by 캐롤

"자기야, 오늘 O마켓에서 산 건 뭐야?"

"응, 치약이랑 세제가 싸길래 미리 좀 샀어."

"아......."

"왜?"

"우리 이번 달 생활비 얼마 안 남았단 말이야."

"....... 내가 쓸데없는 걸 산 것도 아니잖아."



우리의 전쟁의 문제를 파악하자!

남편과 나는 절약에 대한 생각이 같으면서도, 계속 부딪쳐왔다. 서로의 소비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시작이었다.

우리는 한 달 생활비를 정하고 생활한다. 생활비 카드는 내 이름으로 만들었다. 카드는 신랑과 내가 하나씩 가지고 있다. 둘 다 체크, 신용 겸용이다. 잔고가 있으면 체크카드로 사용하다가, 잔고가 떨어지면 신용카드 기능이 가능하다. 그리고 둘 다 비상용 신용카드가 따로 있다. 게다가 제로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 페이 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첫째, 지출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생활비가 얼마나 나가는지 단번에 알기 어렵다. 둘째, 일단 생활비 카드의 지출 내역은 모두 내 핸드폰으로 온다. 신랑은 생활비가 얼마나 나가는지 또 알기 어렵다. 셋째, 신랑은 얼마나 생활비가 나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보니, 계속 소비한다. 넷째, 내 소비는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보니, 나의 소비에 절제가 없다. (가계부를 공유하지만, 남자들은 꼼꼼히 확인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계부를 작성하는 나조차 생활비 사용이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신랑은 말할 것 없다. 꾸준히 카드 결제 문자가 날아온다. 월말이 되면, 가계부를 정리하며 나는 생활비 초과에 시달리지만 신랑은 이 상황을 알 수 없다. 본인은 나름 필요한 소비를 했는데, 아내의 이런 질타가 반가울 리 없다.


생활비 통장을 공유하자!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텔레비전 광고를 접했다. 일명 '모임 통장' 기능이 가능한 인터넷 은행(ooo뱅크)의 광고였다. 상대를 내 통장에 초대하면, 상대가 입금내역과 출금 내역, 잔액을 확인할 수 있다. 당장 통장을 개설하고, 남은 생활비를 통장에 넣고, 신랑을 초대했다.

생활비 통장 공유 방법은 이렇다.

1. 신랑을 통장에 초대한다.
2. 체크카드를 신랑에게, 나는 핸드폰 결제(oo페이)에 카드를 등록한다.
3. 현금, 상품권, 신용카드 사용 시, 결제 통장으로 미리 이체한다.

생각보다 간단했다. 메모 기능이 있어, 구체적인 구입 목록을 아래 적었다.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미리 입금되니 카드 결제일이 두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은 생활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주 신박한 아이템이다.


"이제 30만 원 밖에 안 남았네?"

"그러게, 근데 보니까 주유도 해야겠던데."

"그럼 우리 먹을 두유는 다음 달에 사야겠다."


이후 이런 대화가 가능해졌다. 직장인은 한 달 수입이 대부분 일정하다. 그러면 한 달 지출도 일정해야 하는 법이다. 생활비에 맞게 사용하고, 아쉽더라도 그 달 지출이 많으면 다음 달로 미루어야 하는 지출도 생기는 법이다.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다. 필요하다고 당장 모두 살 순 없다. 자신의 소비를 정당화하지 말자. 매달 생활비에 맞게 생활하는 습관이 우리 부부에게 생기고 있다. 너무 고마운 아이템이다.


생활비 공유, 의외의 즐거운 변화

정해진 생활비를 다 써갈 때쯤이면, 우리 부부는 초조해진다. 이번 달엔 30만 원을 추가 입금해 사용했다. 함께 의논해 얼마를 더 입금할지 정한다. 추가 입금액이 생기면, 더욱 소비를 조심한다.

이제 정해진 생활비 안에서 생활하기는 우리 부부에게 일종의 게임이다. 생활비가 드러나 있으니, 나도 내 소비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절약에 남편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특히 남편은 식비 절약에 힘쓰는 중이다. 즐거운 변화다.


생활비 통장에 메모가 가능해지면서, 나의 가계부 쓰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현금, 상품권, 신용카드까지 모두 생활비 통장 내역만 확인하면 된다. 가계부를 쓰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도 이건 추천하고 싶다. 어차피 고정지출은 매달 같으니, 생활비만 관리하겠다는 생각이면 이것으로 충분하다.



소소한 소비를 남편과 모두 나누는 것이 처음에는 나도 불편했다. 여전히 남편 몰래 사고 싶은 예쁜 주방용품도 있고, 인터넷에서 옷을 갑자기 여러 벌 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소비는 대부분 나중에 생각하면 낭비에 가까웠다. 나 스스로도 인정되는 소비는 남편에게 보여줘도 당당했다. 아직도 유혹에 흔들릴 때가 많다. 하지만 내가 가정 경제를 책임지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내 소비부터 떳떳한 것이 시작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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