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올해엔 부담없이 건조기를 삽니다

년특별지출을 관리하는 노하우. 매달 큰 돈 들어갈 일은 있는 법이니까.

by 캐롤

"저번달은 적자네?"

"음, 저번달엔 자동차보험 드는 달이라서 큰돈이 들어갔잖아."

"그럼 이번달은 왜 적자야?"

"음, 이번달엔 자동차세 납부 기간이란 말이야. 한번에 내면 할인도 되고, 그러다보니까 또 적자네?"




뻔한 수입에 뻔한 지출인데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직장인이라면, 보너스를 제외하면 한 달 수입은 거의 고정적이다.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 을 제하면 사용할 수 있는 '변동 지출'은 뻔하다.

고정 지출이라면, 보험료, 연금, 각종 모임비, 통신 요금, 아파트 관리와 같은 비용들이다.

그럼 남은 돈이 '변동지출'인데, 대체로 가계의 적자는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주유비, 경조사비, 주변사람들과 차나 식사 비용, 그 외 잡비 등은 크게 절약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변동지출에서도 식비와 물품구입비를 제하고 나머지는 크게 손댈 것이 없다. 대부분 가정에서 이 식비와 물품구입비를 줄여 저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매달 나가는 굵직굵직한 특별지출이 주는 불안

우리 가정도 이를 목표로 삼았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달은 조금 아꼈다 싶으면, '특별지출'이 발생했다.

자동차세, 자동차 보험, 재산세,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건조기 구입, 겨울코트 장만, 명절, 제사비용 등 굵직굵직한 지출이 거의 매달 발생했다. 여유 있던 달에도 이 비용을 제하고 나면 마땅히 저금할 돈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절약 생활에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아껴봤자 뭐하나, 또 뭐 큰 돈이 쑥 빠져나갈텐데.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엔 월급이 적은 달은 이런 지출로 허덕이고, 보너스가 들어오는 달은 그 적자를 메꾸고 그동안 사고 싶던 물건들도 사는 루틴이 반복되었다. 그럼 또 월급만 들어오는 달엔 어김없이 허덕거렸다. 보너스가 들어와 돈이 남는 달에도 또 큰돈 쓸 일이 언제 생길지 두려워 저축하기가 겁났다. 별 생각없이 남은 돈으로 그달은 추가로 대출을 상환하고, 다음달에 또다시 적자를 맛보며 후회하는 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많은 부부들이 이를 위해 예비비(비상금통장)를 마련해둔다고 듣고 그렇게도 해보았다. 하지만, 비상상황은 수시로 벌어졌고, 어디까지가 비상이고, 어디서부터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어버이날 용돈은 예비비로 쓸 수 있는건지, 얼마나 드릴 수있는지, 건조기가 필요한데, 이건 우리 경제상황에 낭비인지, 예비비로 사도 되는지, 무슨 돈으로 사야하는지 당췌 감이 오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필요한 것이고, 어디부터가 낭비인가. 기본적인 의식주 외의 것은 무엇이든 돈을 쓰면 불안감이 밀려왔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널 '특별지출'이라 명하노니

다음 해에는 연초에 이런 비용들에 '년특별지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년에 한, 두번 들어가는 비용들을 모두 적어보았다. 명절 비용, 어버이날, 부모님 건강검진비용, 휴가에 갈 해외 여행비용 뿐 아니라, 자동차세, 자동차보험비, 타이어 교체 비용, 엔진오일 교환 비용 등도 포함했다. 재산세 같은 세금과 그 해 특별히 구입할 가전제품이나 비싼 의류(코트) 장만 비용도 포함된다.

발생가능한 연특별지출 (예시)
명절비용, 어버이날, 결혼기념일, 어린이날, 부모님건강검진, 부모님 여행비, 제사비용, 휴가해외여행비, 자동차세, 자동차보험료, 타이어 교체비용, 자동차 오일 교환비용, 재산세, 지방세, 가구 구입비, 가전제품구입비, 비싼의류장만, 고양이중성화수술비, 학생교복구입비, 휴대전화 교체비, 조카출산선물

일년에 쓰일 연 특별 지출을 기록한다. 자동차에도 마모 상태에 따라 올해엔 꼭 타이어 교체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오일 교환 비용도 마찬가지다. 미션 오일 같은 경우 매년 교체하지는 않지만 교체시 비용이 많이 든다. 만약 타이어가 펑크났다거나, 갑자기 사고가 났다면 그건 비상금통장(예비비)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비용은 최대한 예측해 적었다. 명절이나 어버이날, 부모님 생신에 드릴 용돈도 미리 산정하고, 휴가 여행 비용도 비용을 미리 정해두니, 여행갈 곳이 비용 안에서 결정되었다. 가전제품이나 비싼 의류도 올해 꼭 장만해야 할 것들은 미리 정했다.


남편과 식탁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특별지출로 쓰일 것이 더 없는지 고민해 떠올렸다. 더이상 없다 싶다가도 하나씩 떠오르는데 끝이 없었다. 금액이 적더라도 1년에 한두번 발생하고, 5만원이 넘는 예측가능한 특별지출은 모두 적으려고 노력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생각보다 일년에 특별지출로 지출되는 항목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매달 적자같은 느낌과 돈이 새어나가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미리 특별지출이 정해지면 그 안에서 쓰는 비용은 불편한 감정 없이 사용할 수있다. 건조기는 올해 꼭 사기로 한 것이니 정해둔 예산 안에서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휴가로 가는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써야 하는 항목을 쓰면서도 계속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부담감을 갖지 않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연특별지출로 정하지 않은 지출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건조기를 사기로 정했다면, 무선청소기나 오븐이 사고 싶어도 그건 참거나 특별 수입이 있는 경우에만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건조기는 마음 편하게 예산 안에서 구입하되, 다른 지출은 막는 것이다. 예쁜 코트를 발견했더라도 올해는 남편 코트를 사기로 했다면, 내 코트는 내년 특별지출로 미루는 절제를 보여야 한다.


CMA통장에 보관하자

연특별지출 비용 마련은 보너스 수입에서 따로 장만해 보관했다. 매년 초부터 보너스가 들어오면 따로 cma통장에 연특별지출을 모았다. 예를 들어 연특별지출이 500만원이라면, 남편과 나의 설보너스를 모으고, 그 다음 보너스를 모아 cma통장에 따로 보관했다. 연특별지출이 발생하면, 이 통장에서 꺼내쓴다. cma통장이라 적지만 이자가 나온다. 연특별지출이 장만되고나면, 절약하는 돈은 부담없이 대출을 상환하거나 저금할 수 있다.



년특별지출이 주는 명료함
년수입 -연특별지출 = (매달고정지출+매달변동지출)*12

년 특별지출은 일년 예산을 명료하게 정리해준다.

위 수식을 보며 이해해보자. 대체로 직장인이라면, 연수입이 고정되어 있을테니까, 거기서 연특별지출을 제하면, 12달동안 쓸 나머지 금액이 남는다. 거기서도 고정지출을 제하면 매달 변동지출로 사용 가능한 금액이 명료하게 나오는 것이다.

결론은 그 금액을 절약하면 할수록 대출을 더 상환하거나 저금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매달 변동지출=

{연수입-특별지출-(매달고정지출×12)}÷12


예를 들어, 년 4000을 버는 부부가 특별지출로 400을 쓴다면, 나머지 3600을 12등분한 300만원이 매달 쓸 수 있는 돈이고, 그중 고정지출 160을 제하면, 140이 변동지출로 사용 가능한 금액이 된다. 140이상을 쓰면 적자, 140보다 적게 쓰면 쓸수록 남은 금액은 저축 가능하다.

매달 지출가능한 금액을 명확히 알고나니, 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달마다 특별히 들어갈 비용은 이미 cma통장에 마련해두었으므로, 그 외 매달 지출 항목도 비슷하니 매달의 변동지출을 비교하고 절약하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우리 부부의 절약의 가장 첫단계이다. 물론 가정마다 이 특별지출을 사용하는 방법이 다양하겠지만, 우리 부부는 여러해의 실패를 통해 이 방법을 찾아냈다. 혹시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가진 부부가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수정해오는 작업을 하다보니, 주변 친구들이 조언을 부탁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늘 특별지출을 따로 관리하라고 알려주는데 연특별지출이라고 하니, 꼭 1월에 시작해야한다는 부담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꼭 1월에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이 7월이라면 이달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예산을 짜도 좋고, 매년 7월에 예산을 짜 1년단위로 운영해도 된다.

(보너스가 들어오는 달에 시작해 보너스를 바로 특별비용으로 묶어두면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제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가계부를 완성해나가고, 끊임없이 수정해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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