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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셔니식탁 May 24. 2017

5월의 아침밥

이런 아침이라면



5월의 끝자락입니다. 저희 집 아침 밥이에요. 둘이 사는 집의 소박하지만, 저의 마음이 담긴 집밥입니다.

 




두릅을 먹을 수 있는 계절, 아무리 제철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제철재료는 정말 보약과 같습니다. 이맘때는 두릅이 그 보약이겠지요. 두릅은 단백질과 같이 먹으면 더욱 좋습니다. 아침이니까 두부와 함께 담백하게 차렸습니다. 들기름 향기 솔솔나게요. 고추장 소스도 좋지만, 아침부터 조금 자극적이니 저녁메뉴로 준비할게요. 남편이 두릅을 좋아해서 부침개로도, 무침으로도 다양하게 즐겼지만, 그럼에도 두릅의 철이 끝나간다니 아쉽네요. 장아찌로 담가 놓았다면 사계절 즐길 수 있었을텐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만들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두릅 장아찌를 꼭 담가서 두릅 좋아하는 남편에게 사계절 두릅을 먹을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해야겠어요.






전복을 저렴하게 구입했지요. 아침에 종종 죽을 주면 든든하고, 속도 편하고 좋은 것 같아 전복죽을 쑤었습니다. 내장을 갈다시피 다져서 아낌없이 넣어 진하게, 그리고 전복을 편으로 쫑쫑 썰어서 씹히는 식감을 더했지요. 토핑으로는 전복을 통으로 구워서 얹었습니다. 전복죽은 남편의 쏘울푸드 같은 것이라고해요. 수능 날, 전복죽을 먹고 시험을 잘 보았다고. 그런데 제가 만들어준 전복죽이 그 때의 전복죽보다 훨씬 맛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에게 맛있는 것을 계속 얻어먹기 위한 전략인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표현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아는 것이지요. 진하게 쑨 전복죽과 잘 익은 동치미 한 그릇이 참 잘어울리는 한쌍처럼 보입니다. 전복죽을  크게 한 입 넣고, 시원한 동치미를 후룩 마시면 세상의 모든 아침을 가져와도 부럽지 않은 아침밥이겠지요.







가끔은 이렇게 불량스러운 아침도 있습니다. 삼겹살과 채소들을 주 베이스로 만들어 놓은 기가막힌 소스하나가 있으니 밥 위에 무엇을 얹어서 비벼먹든 한 그릇 뚝딱입니다. 이런 덮밥의 포인트는 계란을 절대 완숙으로 만들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겉은 살짝 크리스피하게. 이렇게 주어도 저렇게 주어도 제가 주는 것은 무엇이든 참 잘 먹는 사람과 살아서 좋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밥을 먹으면 설거지요정으로 변신하니까 저도 결혼을 잘한 편 같아요.









코올슬로를 만들어 먹고 남아서, 게살을 찢어 넣어 샌드위치용으로 조금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똑같은 것을 먹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늘 2번째 먹을 때는 형태가 되었든 맛이 되었든 바꿔서 먹어요. 코올슬로 속만 넣기는 아쉬우니 시들해진 상추 소환하고, 토마토 부자니까 토마토도 소환하고요. 햄 하나 사와서 넣으니 이것도 또한 간단한 샌드위치가 됩니다. 화려한 샌드위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양배추가 듬뿍 들어가서 식감도 좋고, 채소도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소풍을 가고 싶어집니다. 오늘 아침은 피크닉 모닝이에요!



인생집밥의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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