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셔니식탁 Mar 31. 2017

서로의 아침

LOVE MORNING



사랑이 가득한 아침입니다.






햄치즈 복숭아 팬케이크


팬케이크 위에 슬라이스 햄과 치즈 두 종류, 그리고 작년 여름, 복숭아가 먹고 싶을 그 어느 때를 위해 담가 놓았던 복숭아 청. 이제는 이것도 바닥을 보여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한 조각 올려봅니다. 메이플 시럽 대신 복숭아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진한 청도 살짝 뿌려줍니다. 먹고 남은 팬케이크를 다음 날에 이렇게 활용하니 금세 한 끼가 되네요. 그리고 바나나쉐이크 한 잔도 갈았습니다. 남편은 식탁에 앉자마자 우와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합니다. 그저 남은 팬케이크일 뿐 인데요. 아마도 좋아하는 햄과 바나나가 있어서겠죠.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고, 그걸 표현해주는 사람이 제 곁에 있습니다. 조금 피곤하지만 좋은 아침입니다.





마키베리 요거트


어릴 적 달콤한 딸기며 복숭아며 이것저것 씹히는 것들이 들어있던 요거트, 아니 요플렛을 먹고 바닥이 보일 때 쯤에는, 아쉬움에 정말이지 싹싹 긁어 먹곤 했습니다. 가끔씩 씹히는 과일 중에 왕건이라도 있으면 더 맛나게 느껴졌던 요플렛, 왜인지 꼭 한 개씩 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그 달달한 요플렛을 참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이제 어른인 체를 하며 플레인 요거트니 그릭 요거트니 표시사항을 정독하며 사온 요거트만으로도 모자라, 온갖 몸에 좋은 것을 듬뿍 듬뿍 얹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인디언들이 건강을 위해 먹었다는 열매, 마키베리 파우더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항산화, 시력보호, 피부미용, 면역력 증가 등 듣다보면 정말 천하무적이라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찌되었든 남편이 더 건강하고, 덜 피곤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런데 이것 저것 꺼내어 넣다보니 늦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뛰어가야 될 것 같네요.





베지 오픈 샌드위치


나름 많지 않은 나이에 주부 또는 새댁이라는 것이 되고서,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치즈 안에는 조금씩 남은 주키니, 양파, 버섯 등이 숨겨져 있어요. 자투리 채소, 버려질 위기에 처한 재료들을 얹고 간을 한 후, 치즈와 말린 토마토 까지 잘 올려준 후 오븐에 넣어줍니다. 잘 녹은 치즈위에 발사믹 글레이즈를 뿌려주니 간단한 아침이 되었습니다. 맛이 없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말린 토마토는 리코펜 농도가 가장 높다고 하니 잘 챙겨 먹이려고해요. 남편이 자취하던 시절, 대충 끼니를 떼우고 거르고를 반복하다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반찬을 상하기 직전까지 두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효자인 남편은 그걸 차마 버리지 못해 그 상태 안좋은 것들을 먹으며 살았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이런  남자의 옆에 매일매일 따뜻한 아침을 차려주고 또 늘 건강을 위해 고민해주는 아내가, 제가 있습니다. 사람을 하나 살렸다고 해도 될까요.






모닝 플레이트


아침에 몇 분 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찌나 힘든지, 이럴 비주얼이 아니었는데 그냥 이렇게 차려주었습니다. 햄은 원형이라 말아서 올려보았어요. 냉장고 처리 겸, 단백질과 채소도 사이드에 보충했습니다. 엄마가 챙겨주시는 아침 밥도 못먹고 나가던 철없던 나인데, 그런 제가 누군가의 아침을 준비해주고 있다는 것이 문득 어색하기도 하고, 사랑의 힘이 이런거구나 하는 고리타분한 말도 떠오르네요. 꽤나 급하게 한 접시에 차려준 아침인데 잘 먹었다는 메시지가 옵니다. 함께 먹는 아침 식사면 좋겠지만, 식탁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대신 남편은 늘 먼저 출근하는 저의 신발을 신겨줍니다. 매일매일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과 최선으로 줄 수 있는 것, 오늘도 만만치 않을 하루를 살아갈 작은 힘을 얻었습니다.  





두부스테이크와 연어샐러드


사실 남편이 결혼 후 살이 쪘습니다. 그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 때면, 다이어트 식단으로 차려주기도 합니다. 두부와 채소로 만든 스테이크, 연어 샐러드, 칙피를 넣은 샐러드, 그리고 다이어트를 위해 직접 담근 파인애플 식초 워터. 그렇지만 아침을 이렇게 먹으면 무엇하나 싶을만큼 식욕과 허기짐이 만난 저녁, 과식과 야식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집니다.  






한 주도 복닥복닥 살아가다보니 3월이 다 갔네요. 이제 진짜 봄이 오겠죠? 깨끗한 봄을 만나고 싶은 흐림 아침 날에.






매거진의 이전글 와플 브런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