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회사에서 엉겁결에 와플 기계를 얻어왔습니다. 엄마와 같이 살았다면 아마도 살림을 늘린다며 잔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이제 어엿한 새댁이 되었으니 그런 걱정은 없어요. 와플을 사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할 것이라는 경제적인 측면과 브런치 놀이를 하며 일상과 취미의 그 어느 중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등등의 이유로 지옥철을 뚫고 힘겹게 가져온 와플 기계로 만들어 본 홈메이드 와플. 보기보다 무거워서 영문도 모르는 남편은 강제 소환되었다고 합니다.
와플 기계를 많이 써치해 본 결과, 구매대행을 하면 흔히 벌집 모양의 와플기계가 아닌 동글동글한 문양이 있는 기계, 하트 모양 와플 기계, 반죽을 주입하는 방식도 각양각색의 다양한 기계들이 많습니다. 직접 샀다면 조금 독특한 모양의 기계를 샀겠지만 공짜로 이 정도의 기계를 얻은 것도 감사! 필요가 충족된 공짜는 언제나 좋으네요.
게다가 와플은 만드는 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물론 와플 믹스를 이용한다면!
(와플 믹스가 없다면 박력분, 베이킹 파우더, 소금, 우유, 흰자... 등과 약간의 정성&시간이 있으면 가능하고요.)
기본 재료 : 와플믹스250g, 물 150ml, 버터60ml, 계란 1개, 생크림(슈퍼에 생크림이 없어서 휘핑크림)
토핑재료 : 과일, 메이플 시럽, 슈가파우더, 메이플 시럽
* 종이컵 가득 = 180ml
* 토핑은 냉장고에 남는 과일들 어떤 것이든 좋고, 아이스크림, 초코시럽 등 모두 좋아요
* 버터가 없다면 식용유로 대체 가능!
* 물도 우유와 교체해도 크게 상관없습니다.
물과 계란을 섞어주고, 버터는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액체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계란+물과 녹인 버터에 와플 믹스를 알갱이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잘 섞어줍니다.
거품기로 잘 저어준 반죽은 이제 와플 기계로 들어갈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참고로 위에 적어 놓은 반죽은 와플 믹스 뒷면에 적혀진 기준이고, 저는 조금 더 묽게 하기 위해 우유를 조금 더 넣어주었고, 소금도 살짝 첨가했습니다. 이제 삐~ 소리로 예열이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듣고, 와플 반죽을 넣어줍니다. 이 기계는 이렇게 위에서 부어주는 스타일의 기계이네요.
아, 와플을 조금 더 요리스럽게 만들어 줄 반죽 팁을 드릴게요.
*반죽에 집에 있는 녹차 파우더, 마키베리 파우더 등을 넣어 천연으로 색을 내줄 수 있어요
*견과류 등을 다져서 넣어 주면 씹는 식감도 생기고 맛도 더 고소해져요.
*살짝 볶은 양파와 베이컨챱을 조금만 반죽에 넣어보세요. 분명 맛있고 먹어보지 못한 와플이 됩니다. 이건 제가 기회가 된다면 레시피를 다시 소개해드릴게요.
그 사이 토핑 재료를 손질해주세요.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이렇게 신선한 재료들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자연이 주는 색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딸기는 베이킹소다 물에 담가 잘 씻어주고, 바나나는 2가지 스타일로 준비 해보았습니다.
바나나 위에 설탕을 충분히 뿌리고, 토치로 그을려주세요. 바나나로 디저트를 만들 때 자주 이렇게 하곤 하는데, 맛도 비주얼도 좋아집니다. 물론 토치를 집에 잘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생략 가능하고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다시 삐~ 소리가 납니다. 와플이 완성이 되었다고 알려주네요. 뚜껑을 열어주면, 이렇게 와플이 잘 완성이 되었습니다. 잘 떨어지고, 모양도 잘 나와서인지 약간의 쾌감이 있네요.
아, 이 와플은 굳이 따지자면, 벨기에식 와플입니다.와플 빵 자체가 달지 않고 신선한 과일과 크림을 곁들여 먹는 스타일이 벨기에식. 미국식은 예상하는대로 설탕을 많이 넣어 달게 먹는 스타일. 그래도 조금 단 맛이 있어야 되니 메이플 시럽을 토핑으로 뿌려주었어요. 생크림에 설탕을 넣어 휘핑을 해주어도 좋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생크림이 조금 녹았네요. 이럴 줄 알고, 찍먹 스타일로 세팅했지요. 반죽은 바삭한 스타일이 좋다고 2-3번이나 말해준 고객님의 입맛에 맛추었습니다.
캡슐머신으로 간편하게 커피도 한 잔 내려왔습니다. 쏟아지는 봄 햇살이 고스란히 담겼네요.
이번 플레이팅은 토치로 구운 바나나를 올린 와플입니다. 통으로 올라가니 먹음직스러워 보이지요. 딸기의 색감을 위해 크림을 살짝 깔아주었습니다. 민트잎이 없어서 초록 꼭지를 떼지 않고 초록초록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건 거의 직업병인 것 같긴합니다. 먹을 때 조금 불편하다는 것...
몇 컷 찍고보니, 커피 잔이 눈에 걸려요. 그래서 제 커피 잔은 골드와 조금 더 잘 어울리는 레드로 바꾸었습니다. 한바탕 사진을 찍고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나 싶지만, 막상 배고파서 거의 흡입하는 수준으로 비웠습니다.
이렇게 또 주말이 가네요.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 여유있던 주말의 시간을 다시 곱씹으니, 벌써 그립습니다.
다음 주는 더욱 따뜻해져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