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하 Dec 27. 2019

자존감이 무기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2019.12.27의 일기

과거의 나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분노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들이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기도 했다. 같은 일을 겪었는데 혼자서 태연한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부끄럽게도) 많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을 느꼈다. 세상에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훨씬 많았지만, 어느샌가 나는 내가 그것을 직접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자존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주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자존감을 내가 가진 최고 강점이자 무기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면서 삶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자존감만으로 모든 사람들과 모든 상황을 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 바로 보였다. 자존감만을 내세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쉽게 빠지는 것도 보았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깨달은 것은, 내가 어떤 일에 대해서 분노를 표현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게 단순히 분노를 표현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해결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없었다!) 문제 상황을 인식했다면 실질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 더 빠른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문제를 내가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일종의 책임감을 내려놓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자존감만 있다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알량한 생각은 부서졌다. 자존감은 내가 가진 무기가 될 수 없었다. 삶에서 무기를 꼭 하나 들어야 한다면 그건 부서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것으로 들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무기를 들 생각이 없다. 분노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서 하는 일 소감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