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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행자 Aug 21. 2019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

#9. 서로를 통해 배워가는 부모와 아이 20/08/2019

우리집에는 새로 부임하신 선생님이 계시다.

요즘 자주 보는 아이의 모습

얼마전부터 아이는 종종 가르침 모드로 들어가곤 한다. 잔소리 많이 하는 나를 닮아서 그런가. 어디서 배웠는지 눈썹을 찌푸리고는 손가락을 내밀며 제법 그럴싸하게 훈계를 하는 모습이 꽤나 재밌다.

"아빠, 이건 이렇게 하는거야."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해야지!"

재미있는건 생각보다 실제로 배울게 많다는거다.


한 손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날 지긋이 바라보다 던지는 한마디,

"아빠, 운전은 두 손으로 해야지."

운전을 두 손으로 해야 한다는건 어디서 배운거지?


하루는 아이가 쉬 다하길 기다렸다가 화장지를 쭈욱 빼서 닦으라고 줬더니,

"너무 많잖아. 조금만 줘."

하고선 두 칸만 딱 잘라서 사용한다.

거의 매번 이렇다. 이런것도 가르쳐 준적이 없는데..


며칠 전엔 숨바꼭질을 하자고 조르는걸 밥 먹고 하자고 한 후, 식사 후에 책을 읽으려고 소파에 앉자 바로 쪼르르 쫓아온다.

"아빠, 밥 먹고 숨바꼭질 하기로 했잖아. 약속 지켜야지. 까먹었어?"

이젠 더 이상 무언가를 하게 하기 위해 조건을 걸거나 약속을 걸어선 안되겠다. 아이는 까먹는 법이 없다. 심지어 자고 일어나면 하자고 한 것도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게 하자고 하니까.


또 양치질을 하고 난 후에 상어가족 그림이 있는 컵을 아무렇게나 내려놨더니,

"아니, 상어그림이 보이게 이렇게 놔야지."

물론 이건 가르침이라기보단 잔소리에 가깝지만 ㅎㅎ


아이가 주는 가르침은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뜨끔하고, 또 꽤나 마음에 남는다. 무엇보다 행복하다. 좋은 선생님이 생겼다. 이런 선생님이라면 더 있어도 좋을만큼. 이렇게 함께 서로의 선생님이 되어줄 수 있다는건 엄청난 행운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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