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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01. 2024

달빛 사냥꾼 #7

7화 : 움츠림

호텔에서의 며칠이 오씨가 가진 생각의 경계를 허물어버렸다. 난동을 피운다 싶으면 배달되는 식사에 들어간 마약 성분이 그를 갉아먹은 것이다. 그럼에도 어렴풋하게나마 그에게 남아 있는 건 복수심이었다.


"어느 정도 눈치를 보다가 놈을 해치워야겠군. 두고 보자. 조금만 기다려라. 지옥으로 안내해주마.. 정춘기."     


  총을 좀 쏜다 하는 이들은 군과 경찰 내부에 있었고 그들은 국가요원들의 심사 아래 발탁이 되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심사 끝에 달을 겨냥할 20명이 발탁되었다. 그들은 정부의 감시 아래 사냥에는 필요 없는 국가관까지 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절반가량이 또 떨어지게 되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오씨는 그런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그들은 젊은 나이기에 복종을 강요받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으리라.     



     

  F그룹의 호텔 연회장. 마이크를 들고서 오씨가 서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분과 함께 할 오정근이라고 합니다. 고생 많이 했습니다. 여러분을 보니 제 젊은 시절이 떠오..."     


"선생님,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마십시오."     


"아.. 네.. 대통령 각하의 주도 아래 좋은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큰 감사를 드리며 여러분도 이번에 국가에 큰 이바지하는 거라 생각하고 저를 도와주십시오."     


  요원들의 기계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고, 정부 각 부처의 주요 인사들과 기업인들 그리고 대통령이 흡족한 표정으로 오씨를 바라보았다. 산의 깊이가 예전 같지 않아 산에서의 움직임은 헛된 것이었고, 차라리 빌딩 숲에서 달을 사냥하는 것이 나았다. 반사경을 들고 교란할 요원들은 최종 과정에서 탈락한 10명이었다. 그들은 단기로나마 명예를 얻고 돈을 벌 수 있음에 감격하고 있었다.     


  만찬이 끝난 뒤 정 회장은 대통령과 경찰청장, 국정원장을 접대하고 있었다. 호텔의 지하에는 환락을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나체의 접대부들이 대통령을 필두로 고위직 인사들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오정근 그 이는 어떡하지. 돈은 어떻게 해주기로 했나?"     


"네, 각하. 걱정 마십시오. 경찰청장에게 미리 말을 해뒀습니다. 저희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약을 좀 타놨습니다."     


"아. 그런가? 허허.. 정 회장 무섭구먼."     


"사냥개는 개처럼 대해야죠. 사람 대우를 하면 물게 되어 있습니다."     


"각하, 정 회장이 사업수완이 좋은데 서포트 잘 해주면 각하께 더욱 이득이 될 겁니다."


"허허, 그런가. 오늘 밤 이 아가씨들 하는 거 봐서 생각해 보겠네."     


  그렇게 밝은 지하에선 어두운 대화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번에 뜰 달은 어쩐지 그날의 달처럼 붉게 변할 것 같군."     


  보름달이 뜨기까지 엿새가 남아있었다. 오씨는 절뚝이는 걸음으로 요원들을 훈련하고 있었다.     


"어이, 오 대장. 발목은 괜찮은가? 애들은 잘 따라오나?     


"네, 각하. 신경 써주신 덕에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흠.. 중요한 사업이니 이번에 잘 해내면 내 대장에게 큰 자리 약속하지. 하하!!"     


"감사합니다. 각하!!"     


"그럼 나는 가보겠네."     


  오씨는 숙인 고개를 한참이나 들지 않고 있었다.     


"오씨가 난동 피운다거나 그런 일 없지? 약은 제때 잘 들어가고 있는 거 맞지?"     


"네, 회장님. 약은 쳐뒀으니 별일 없을 겁니다."     


"휴. 그래그래. 만약에 그놈이 난동이라도 피우면 큰일이거든.. 워낙에....... 총을 잘 쏘는 놈이라. 까딱하다간 내가 위험해."     


"네. 대통령 각하도 염려하시는 거겠죠..?"     


"대통령?? 훗. 진우 자네 말이야. 대통령이 언제까지 해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별 거 아니야. 대통령은 내가 갖고 있는 약점이 많으니.. 내 말 안 들으면 갈아치우고 다른 놈 세우면 되는 거야. 크크큭"     


"네, 그렇군요. 회장님이 강하신 거였군요."     


"그래. 난 내가 중요해. 대통령 목숨보다 말이야."     


  호텔에서 며칠째 지내고 있는 걸까. 오씨는 오늘도 제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 변기통에 게워냈다.      


"휴....! 이놈들 내가 순순히 먹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지금은 움츠리는 척을 하자... 움츠려야 한다. 며칠만 더 참자."     


  오씨는 호텔에서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방으로 배달된 식사에서 무언갈 발견을 하고서 그 후로 물로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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