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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Jan 05. 2024

달빛 사냥꾼 #12

12화 : 허무의 복수

"이 개새끼들아!!!!우아악!!!!!" 


"윽...!!!!!!!"     


  옆에 서있던 진우의 허벅지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풀썩 쓰러지는 진우의 등에 정회장은 다시 칼을 꽂았고 진우는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정춘기.......네 놈이......."     


  진한 피비린내는 그들의 후각을 마비시키고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 오두막 안 중년의 두 사내가 서롤 노려보며 서 있었다.     


"머저리 같은 새끼들. 크큭, 내가 너희 말대로 할 것 같았냐. 응???"


  오씨의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정회장의 손에는 진우의 피가 묻은 칼이 한 자루 있었다. 30여 년 전의 그날처럼 정회장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한참을 묶여있었지만 절뚝이는 오씨보다는 몸놀림이 빠를 터였다.     


"우아아악!!!!!"     


퍽!!!!!!꽈직!!!!!     


  쓰러져 있던 진우가 정회장의 발목을 잡았고 예기치 않은 걸림돌은 오씨에게 디딤돌이 되었다. 오씨의 묵직한 주먹은 그대로 정회장의 얼굴에 꽂혔고, 정회장은 다시 묶였다.     


"진우 정신차려..!!이제라도 자네 인생 찾아야지. 응?? 이대로 가면 억울하지 않은가..!!!"     


"스..선생님..크읏....컥...!!!저..전 마..만족합니...다...고마웠..습니...."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진우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     


"잘..가시게..나도..고마웠다네..."     


  오씨는 식어가는 진우의 몸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한참을 눈물을 흘리던 오씨는 결심이 선 듯 망치를 손에 쥐고서 그대로 정회장의 발목을 찍었다.     


빠각—!!!!!     


"끄억!!!!!!!!"     


"정춘기...네가 했던 짓...그대로 갚아주겠다. 이건..우선 내 몫이다."     


  오씨의 망치는 한 번 더 정회장의 발목을 강타했고 오두막은 비명으로 가득했다.




"끄으으...아..살려주시오..형님...."   

  

  왼쪽 발목이 바스라질 정도로 망치에 맞은 뒤에 정회장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를 지긋이 바라보던 오씨는 빙긋이 웃으며 칼을 꺼내 들었다.     


푹!!!!찌이—익...!!     


"으아아아아!!!!!!!"     


  가로로 그어진 정회장의 허벅지에선 피가 솟구쳤다. 바들바들 떨면서 몸부림치는 정회장을 보고서 오씨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옷을 길게 찢어 정회장의 허벅지에 감아두었다.     


"자네,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난 오늘을 계속 꿈꿔왔네. 30년 전의 그날 내가 본 자네는 악마 같았어. 난 그걸 되갚아주고 싶을 뿐이야."     


"도, 돈이라면 원하는 이상으로 드리리다. 형님. 내가 잘못했소......."     


"연이가 무슨 죄를 지었는가. 그저 나와 결혼할 사람이었는데.......흠, 자넨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일이 없겠지. 그 재산 그걸 얼마나 가지고 싶었으면 결혼도 하잖고 말이야. 인생은 영원할 수 없어. 내가 해주고픈 마지막 말이야. 잘 가시게나."     


"야.......이 새끼야!!!!"     


  절규하는 정회장을 뒤로 하고 오씨는 쓰러진 진우를 들쳐 업고 오두막 밖으로 나가 땅을 팠다. 달이 무심하게 기울고 산새소리가 들릴 때 즈음 구덩이에 진우를 묻은 오씨는 오두막에 들어가 여기저기에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정회장은 그 모습을 보고서 벌벌 떨고 있었다.     


"형님, 잘못했소. 살려주시오. 부디......."     


  오씨는 그 말을 들은 체 하지 않고 장작에 불을 붙이고 오두막을 나섰다. 오씨의 등 뒤로 매캐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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