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얹힌 것이 많은 이는
어김없이 숲을 찾는다
흔한 대나무 하나 보이지 않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그저 목소리 놓아둘
구덩이 하나만 있으면 될테니
그는 숲에 도착해
곡괭이와 삽으로
깊은 구덩이를 판다
땀은 비 오는 듯 흐르는데
가슴에 얹힌 것은 그대로
엎드려서 소리를 질러본다
옛날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수없이 외치던 이름 모를 그 사람처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오히려 이런 말을 내뱉는 게 나을런지도
하지 못한 말
하기 어려웠던 말을 겨우 내뱉은 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여전히 가슴에 다 하지 못한 말을 얹은 채로
여전히 붉어진 눈가를 닦지 못한 채로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