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생각나지 않을 리가 없다. 여전히 내 삶에서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였으니까 말이다. 추위를 싫어하는 나는 한국에 겨울이 찾아오면 따뜻한 나라로 몇 달간 여행을 떠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그해에도 역시나 리턴 티켓 없이 긴 여행을 떠났다. 이 여행의 목적지는 인도였는데, 무지하게도 나는 인도가 사계절 내내 더운 나라인 줄 알고 목적지로 삼았었다. 도착해서야 남인도와 북인도의 기후, 문화의 다름이 대륙 스케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디우에서!’
인도의 꼴까타,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여행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디우는 인도에서도 부유층만이 휴양을 오는 서인도의 휴양지였는데, 우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크리스마스날 디우에서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고 다녔다. 사실 기약 없는 말이었다. 모두 각자의 여정이 있었고 목적지가 서로 달랐다. 우연의 인연이 겹쳐서 잠시 한 지점에서 서로를 잠시 만나게 되었을 뿐. 그럼에도 ‘크리스마스는 디우에서!’라는 말을 마주칠 때마다 하고 다녔다.
‘나 가고 있어.’
‘어딜?’
‘디우!’
만났던 여행자들과 헤어지고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고 각자의 여행을 즐긴 이후, 나는 자연스레 디우에 도착해 있었다. 왔으면 좋겠다 생각은 했지만 정말 올 것이라는 확신은 없을 때 하나 둘 연락이 닿았고 그렇게 우리는 정말 ‘크리스마스는 디우에서!’ 보내게 되었다. 내 생애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가장 따뜻한 크리스마스. 지금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그날이 생각난다. 아니 매번 날이 추워지면 벌써 생각난다. 정말 아름다웠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