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선물하기 위해 책을 고르는 모습은 아름답다. 책을 선물하기 위해 고르는 사람은 서가 앞에서 받을 사람과 함께했던 모든 기억을 꺼낸다. 거기엔 상대의 외적인 특징이나 정보에 대한 고민은 없다. 평소 그가 했던 말과 행동, 취미나 일상에서 발견한 그의 관심사와 취향 같은 것, 그러니까 받는 사람의 내적인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타인의 속을 어찌 알 수 있겠나 싶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자신이 겪어보고 경험하고 그간 알고 지낸 상대방에 대한 모든 기억을 하나씩 꺼내 복기하면서 책을 고른다. ‘이 책이라면 좋아할 것 같아!’, ‘이 책이 어울리겠어!’, ‘이 책이 도움이 될 거야!’라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말이다.
책 선물은 사실 받는 사람에게 부담되는 선물 중 하나기도 하다. 받았지만 취향이 아닐 수 있다는 실패보다 좀 더 근본적인,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독서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 책 선물을 받는다면? ‘책 안 읽는데, 나중에 읽었느냐 물어보면 어떡하지? 나는 책도 하나 안 읽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왜 책을... 먹지도 못하는 책을...’처럼 내적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선물한 사람이 책을 고르는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나는 당신과 함께 했던 모든 시간을 꺼내어 살펴보았고, 책을 고르는 시간 내내 당신만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책보다 감동적인 선물은 없지 않을까?
오늘은 연말이다. 내일부터는 연초고. 연말과 연초에는 선물이 오고 간다. 책 선물을 하기 위해 서점에 들르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늘고 있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나에게도 선물하기 좋은 책이 서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