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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못 참아!

2022

어제는 준비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영업을 조기 마감했습니다. 낮 1시 20분쯤에 오픈을 하고, 4시 20분쯤에 문을 닫았으니 3시간을 버티다가 집에 가버리고 말았군요. 서점을 방문하시는 손님 중 꽤 많은 분들께서 몇 번이나 서점에 왔다가 문이 닫혀 있어서 되돌아갔었다는 이야기를 하실 정도로 가게 운영이 엉망입니다.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


성공한 자영업자의 인터뷰를 보면 독감에 걸려서 죽을 것 같은 몸 상태에서도 절대 가게를 닫을 수는 없다며, 그것은 곧 손님과의 약속이니 본인상이 아닌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말을 무용담처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요, 뭐… 연중무휴로 운영을 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고 성공하는 자영업의 기본 원칙이지만, 사실 저는 모르겠어요.


어제 그렇게 문을 닫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누웠고, 바로 잠이 들었고, 밤 8시쯤에 다시 깼습니다. 대낮에 눕자마자 잠든 걸 보니 요새 좀 피로가 쌓이긴 했나 봅니다. 뭐 한 게 있다고 피곤이 쌓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자다가 깬 이후에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살펴봤는데, 젊은 청년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기사를 하나 읽게 되었습니다.


1) 공부를 열심히 해서 2) 좋은 학교를 가고 3) 좋은 직장을 갖는다.


한국에서 보통 사람들은 탄생 후 20대 중후반까지 저 1, 2, 3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게 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이냐”가 목표가 됩니다.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직업’이 삶에 목표이자 목적이 되면 그것을 이루어도, 이루지 못하게 되어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런 문제에 대한 건 알려주지 않고 일단 직업을 고르라며 강요합니다. 직업이란 그저 노동.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인데, 그것 만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사회 전체가 학생과 청년을 속입니다.


젊은 세대의 밈 중 “OO은 못 참지”가 있지요. 이건 현실에서 참고 참고 참아낸 반동이 인터넷 속으로 튀어나온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 젊은 세대들은 (유독 직장에서) 잘 참아요. 너무 잘 참아서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러워서 때려 친다!’라고 하기엔 그 직업을 얻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직업을 포기할 수 없어서 자신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합니다. 그거 사실 살아감에 있어서 진짜 별거 아닌 건데 말입니다.


우리는 젊은 세대에게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려야 합니다. 직업을 강요하거나 직업으로 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삶의 방식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응원해야 합니다. 직업은 수단이고 일부입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실제로 가장 많이 했던 말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혹시라도 직장내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이 계신다면,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세요.


“그거 안돼요.”


“이걸 왜 하죠?”


“저 보고 하라고요?”


“싫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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