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지난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기차에서 잠을 잘못 잤는지, 아니면 집에서 잘 때 고양이들한테 얻어맞았는지, 오른쪽 목과 어깨에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담이 왔다. 웬만해서는 근육통 약을 먹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쩔 도리가 없어 알약을 삼켰다. 북 페어 행사장에 잠시 들러 반가운 분들을 만났고 널브러진 몸뚱이를 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서울은 모르겠다. 서울에 살던 때에도 나는 이방인이었지만, 이제는 서울에 살지 않으니 완벽한 이방인이라서 말이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낯선 공간에 앉아 있는 건 곤욕스러워서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서둘러 내려온 집에는 눈이 나리고, 아무도 없으니 근심도 없고. 고양이는 울고 몸이 무거워 나도 울고.
크리스마스가 설레지 않은 건 벌써 10년도 넘은 것 같다. 연말에 대한 따뜻함과 연초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 멀어 손에 닿지 않고, 해피뉴이어 메시지를 보내주는 사람도 보낼 사람이 없는 나에게는 안식이 필요하다.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간 나를 지탱해주던 마음의 안식처가 모두 허물리고 새 건물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야 할 지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하루를 시작하며 ‘12월은 안식월로 삼아야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만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