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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서점원 Aug 31. 2022

비온다

2021

요즘 일기예보는 예보가 아닌 것 같다. 기상청에서 그냥 창밖을 보고 ‘비 오네? 바람 부네? 야, 포털에 뭐라고 되어 있지? 빨랑 고쳐.’라고 하는 것 같다. 당장 내일의 날씨도 틀려먹으면 예보는 예보가 아니게 된다. 실시간 중계다. ‘아, 지금 비 오네요. 오늘 비 와요. 비가 많이 오는 걸 보니 내일도 오겠죠? 아님 말고요.’


나는 날씨에 따른 컨디션 기복이 꽤나 커서 포털에 오늘 날씨와 주간 날씨를 자주 검색하는 편인데, 분명 오전에 봤을 때는 구름이 꼈다가 맑아진다고 했는데, 오후에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다시 보면 어느 순간 비와 먹구름으로 바뀌어 있더라. 실시간으로 예보를 바꾸는 건 과연 예보라고 할 수 있을까? 예보는 예측이고, 예측은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을 예상하는 일이니까 물론 당연히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은 갑자기 없어지거나 생성되는 것이 아닌데, 열 번의 예측 중 절반 이상을 틀린다면 그것이야 말로 정말 틀려먹은 것이 아닐까?


단순히 일기예보가 틀려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세월이 흘렀고 과학과 기술 역시 크게 성장했는데 어쩐 일인지 일기예보는 퇴보한 것 같아서 쓴다. 90-00년대 9시 뉴스 일기예보는 꽤 높은 확률로 날씨를 예보했다. 물론 주간 날씨를 맞추는 경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적어도 당장 내일의 날씨는 틀리지 않았다. ‘내일 비 옵니다.’하면 하늘이 맑다가도 비가 내렸다. ‘내일 화창합니다.’하면 먹구름이 시커멓게 있다가도 금방 맑아졌다. 더 좋은 장비, 더 많은 예산, 더 훌륭한 인력. 그럼에도 왜 예전보다 더 많이 틀린다는 느낌이 들까?


퇴보. 퇴보라고 썼더니 다른 것들이 떠오른다. 일기예보의 문제만은 아니다. 2021년이다. 원더키디의 2020년도 과거가 된 미래사회를 지금 살아가고 있는데, 어째서 퇴보한 것들이 더 많아진 느낌일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성장과 변화도 분명히 있다. 삶에 있어서 부가적인 것들은 당연히 예전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했다. 그런데 어째서? 삶에 있어서 주가 되는 가치들은 점점 퇴보하고 있는 느낌일까? 무너지면 안 될 질서가 무너지고, 있어서는 안 될 혐오가 빈번하고, 벌어지면 안 될 범죄가 늘어나고, 공존해선 안 될 인간들이 살아가고, 존중되어선 안 될 가치관들이 자유라는 이름으로 활개를 치는 세상이 되었다.


일기예보가 틀려먹은 것처럼, 세상도 점점 틀려먹고 있나 보다. 하지만 틀려먹은 일기예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틀려먹은 세상을 고치려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내가 모르는 곳에서 틀려먹은 세상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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