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 서점원 Aug 31. 2022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2022

수박 맛은 수박 맛이다. 이번에 먹은 수박의 맛과 작년에 먹은 수박의 맛, 10년전에 먹은, 20년 전에 먹은 수박의 맛은 수박 맛이다. 시기와 당도에 따라 맛있는 수박과 맛없는 수박으로 나뉠 뿐이지, 수박 맛은 변함없이 수박 맛이다.


세상에는 수박 ‘비슷한’ 맛이 있다. 수박 비슷한 맛은, 수박 비슷한 맛이지 수박 맛이 아니다. 맛있는 수박 맛도 아니고 맛없는 수박 맛도 아닌, 수박 비슷한 맛. 비슷하다는 말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대로,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는다면? 그건 수박 비슷한 맛이 아니라, 수박 맛과 소금 맛이 함께 나는 맛이다. 소금 역시 소금 비슷한 맛이 아니라, 소금 맛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건 아닌 거다.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거다. ‘OO 비슷한 무엇’ 이라는 건, 결국 OO이 아니라는 의미다. OO과는 전혀 다르다는 의미다. 또는 OO이 될 수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우리는, 나는, 무언가와 비슷하게 되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특히 사람을 흉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며, 자주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똑똑한, 여유 있는, 정의로운, 뛰어난, 대단한, 매력 있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 어떤 OO과 비슷하게나마 되려고 애를 쓴다.


수박 비슷한 건 수박이 아니고, 고기 비슷한 건 고기가 아니고, 작가 비슷한 건 작가가 아니고, 연예인 비슷한 건 연예인이 아니고, 전문가 비슷한 건 전문가가 아니듯이, 우정 비슷한 건 우정이 아니고, 사랑 비슷한 건 사랑이 아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이전 20화 좋은 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