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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집

분양형 폐지 개정이 답이다

by 쉐비

노인복지주택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때가 2014년이었다. 직장 말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공부를 하던 시절이다. 다노오기, 즉 다중주택,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 그리고 기숙사의 네 가지 머리글자를 따서 주택법상 준주택의 종류를 그렇게 암기하곤 했다.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 29가지를 규정한 건축법 시행령에는 노인복지주택은 어린이집과 함께 노유자시설로 분류되어 있다. 공동주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만 알게 경로다.


2018년 우연한 기회에 실제 노인복지주택을 매수하였다. 벌써 7년째 살고 있다. 교재에서 읽었던 개념적 차원을 넘어 실제 입주하고 물리적 경험을 하고 있다. 쾌적한 신도시에 들어선 집이라 환경적으로 좋은 점이 참 많다. 그런 한편으로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지닌 불합리한 점들을 하나 둘 알게 되면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제도적인 문제여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 개선의 끝은 '분양형'의 폐지여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들을 글로 써서 브런치에 올리기 시작하였다. 2020년 9월 14일부터다.


여태 쓴 글 중에는 다른 주제도 몇 가지가 있지만, 유독 노인복지주택에 관한 글이 가장 많은 누적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거의 35,000회에 달하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인복지주택 개론이라고 타이틀을 붙인 글들이 단연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대중화되지 않은 생소한 주택이라 사람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이 모아진 결과가 아닌가 싶다. 고령인구의 증가에 따라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관심사이기도 하리라 짐작이 간다. '분양형'의 실상과 문제점을 널리 알리고 공유하는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 제도개선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4년 말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서 바야흐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고 한다. 총인구가 5천만 명이 넘으니 그 숫자가 이미 1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어디를 가나 10명 중 2명 이상은 노인이라는 셈이다. 오나가나 어딜 가도 확실히 노인들이 많아졌다. 당사자이기도우리가 자라온 지난 시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속속 노인계층으로 편입되고, 반대로 젊은 사람들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다 보니 아이들이 무척 귀해졌다. 국민의 80%가 공동주택에 살고 있는 지금 아파트도 점차 고령친화적으로 진화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노인복지법령 일부 개정이 있었다. 입소자격자인 60세 이상의 노인과 동반 입소할 수 있는 자녀 또는 손자녀의 연령을 19세에서 24세로 상향조정하였다. 노인복지주택을 설치한 자로부터 시설운영을 위탁받을 수 있는 자의 진입장벽을 완화한 것도 눈에 띈다.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실시한 경험이 있는 법인 또는 단체여야 한다는 조건을 삭제한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친화도시를 조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새로 추가되었다. 근본적으로 단독취사가 가능한 건강한 노인만 입소할 수가 있고, 그런 능력을 상실하거나 사망하는 경우 동반 입소자는 물론 기타 자녀들이 거주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여전하다. 임대형도 아닌 분양형 주택에 그것이 과연 적용가능한 규제인가. 실효성이 없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발상이다.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선 상황에서 공동주택을 비롯한 일반주택도 시설이나 구조의 고령친화적인 개선 또는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 임대형 시장이라면 사업자인 임대인의 의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유재산 영역인 분양형에 대하여 분양 후에도 이래라저래라 규제하며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인복지주택에 분양형이 존속해야 할 이유가 없고 명분도 없다. 조속히 공동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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