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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U Aug 11. 2020

1년이나 지나서 여행기를 쓰는 이유

15일간 서른 도시, 서유럽 대륙을 횡단한 두 남자의 여행기 #프롤로그

이 여행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실제 여행을 다녀온 지는 벌써 1여년이 다되어 간다. 그럼에도 이 여행기를 쓰게 된 것은 그만큼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여행이었고, 나와 함께 여행했던 친구들이 다시 한번 추억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또한 내가 겪었던 경험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어쩌면 예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각종 SNS에 올려 자랑하고 싶은 욕구와 비슷할지도 모른다. 단지, 글이라는 기록을 선택했을 뿐이다. 추억은 충분히 사진으로도 남아 있지만,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글로 남기는 일은 또다른 기록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진만으로 생각을 전달하기엔 내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글쓰기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혹여 여행 중 만났던 많은 친구들이 이 글을 발견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반가울 것만 같다. 그들과의 추억이 행복했던 만큼 나를 다시 떠올려 준다면 그만큼 감사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사실 이 여행은 크게 특별한 점이 없다. 분명 유럽은 한국에서 정말 먼 지역이긴 하지만, 워낙 해외 여행이 보편화 되었기 때문에 나처럼 서유럽 지역을 여행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굳이 특별한 점을 찾는다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다양한 도시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주로 첫 유럽 여행이라고 한다면 파리나 로마 등 잘 알려진 도시 위주로 방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의 첫 유럽 여행은 은근히 생소한 도시들도 많았으며, 덕분에 관광지를 방문했다는 느낌보다 현지인들이 그대로 살아가는 생생한 현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서른 개의 도시를 방문했다는 점이다. 여행의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스스로가 보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유럽 여행의 기준은 대략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약 15곳의 도시를 방문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여행은 스스로의 기준에서 반 밖에 안되는 기간동안 2배가 넘는 도시들을 방문했다. 개인적으로 이 여행을 다시 되돌아봤을 때 여전히 경이로운 감상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이다.


세 번째는 남자 둘이서 여행을 했다는 점이다. 평범한 형 동생 관계가 아닌 지독한 군대 선후임으로 만난 사이다. 게다가 형이 후임, 동생이 선임이었던 하극상의 관계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친형제와 같이 스스럼없는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머나먼 해외 여행을 장기간 함께 할 정도면 어떤 말로 이보다 우리 사이를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종종 사람들은 우리가 군대 선후임 관계였다는 사실에서 많이 놀라지만, 몇 시간만 같이 있어 보면 서로가 왜 친한 지 알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우리가 다르지만 닮은 모양이다.


결국 이 여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짧게 이야기하자면, 나 스스로 조차도 지중해를 따라 서유럽을 여행하기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언젠가 유럽을 가게 된다면 파리부터 가리라 굳게 믿고 있었으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도시들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게다가 여행의 종착지가 파리였다는 점에서 파리를 먼저 가지 않았던 것도 내게는 여행의 완성도를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지난 나의 서유럽 여행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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