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처럼 지내고 싶은 마음

상처는 이리저리 굴려야 제 맛

by 섬섬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어서 자연이 주는 평화에 익숙해져 있지만,

육지의 도시에서 살 때는 주말에는 쉬거나 도시탐험을 하고 휴가가 생기면 외곽에 나가 콧바람을 쐬였었다.

숨이 턱턱 차오르는 등산보다는 바다를 보러가는 것이 이벤트였는데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바다는 저마다 개성이 달랐다.


서해안의 바다는 뻘이 많아 색이 탁했지만 대부분 고요했다.

동해안의 바다는 깊고 짙었으며 소나무가 많았고 유난히 그쪽으로 워크샵을 많이 갔던 기억이 있다.

바다는 언제나 좋지만 가끔 진저리 치게 싫어지는 상황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람이다.


빌딩 사이를 파고드는 바람은 바다에서 부는 바람에게 명함도 못내민다.

특히 거제의 바람의 언덕이라는 곳에 갔었을 때 바람은 동서남북으로 분다는 것을 깨달았고, 머플러는 위아래로 휘날리고 외투의 지퍼가 스스로 열리는 경험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몽돌이다.

몽돌해변을 멀리서 봤을 때는 동글동글한 몽돌 사이로 파도가 빠져나가는 모습이 평화롭고 귀엽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몽돌을 밟고 해변을 산책을 하게 되었을 때 주먹만한 몽돌을 밟으면 계속 발을 삐긋 거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모래백사장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으며 걷느라 온몸에 힘을 주게 되는데, 만약 처음에 말했던 바다의 바람과 몽돌이 합쳐지게 된다면 정말 진저리 치게 싫어하게 된다.


힘들게 몽돌 사이를 빠져 나오게 되면 나도 몽돌해변도 평화를 찾는다.

바람을 맞으며 몽돌은 밟는 사람은 나였기 때문에 나만 빠지면 서로에게 좋을 일이었다.


몽돌은 모나지 않기 위해 계속 진화중인 돌일 것이다.

큰 돌이 모난 곳을 부숴뜨려 털어내면 자신은 적당한 단단함을 유지한 채 주변의 다른 돌멩이와 같이 굴러가면 몽돌이 된다.


그렇게 거친 바람과 물결과 모래 위를 뒹굴다 보면 모난 상처는 사라져 버리고 매끈한 몽돌로 남는 것이다.


무심코 발을 디딘 누군가는 균형잡기 어려워 진저리 치고 돌아설지 모르겠지만, 이리저리 바람과 파도에 흐르다 보면, 이방인이 밟거나 다시 큰 돌을 만나 치이다 보면,


어느 날은 큰 돌에게 먼저 다가가서 부딪쳐 보고 싶을 지도 모르겠다.


자매품으로는 투명해져버려 감출 것이 없는 글라스비치의 유리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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