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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모습, 함피 #160321
간혹 수면 위에 물방울이 퍼지듯 먹먹한 슬픔 비슷한 것이 가슴에 툭 퍼질 때가 있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이름을 가진 섬에서 단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 하나 없는 채로 천천하고 느긋하게 섬의 숲 속을 거닐었다던 책의 한 구절.
그 구절을 읽자마자 나는 그랬다.
이전에 여행하면서 느꼈을 수도 있거나 혹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거나 할 그 포근함이 사무치게 다가와서. 딱딱한 나무 책상이나 지나치게 눈부신 모니터 따위는 없는 그곳에서, 책 한 권 조차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그 더 바랄 것 없는 곳에서 행복하고 있을 내가 그리워서.
가져 본 적이 없어 아름다워 보일지라도 마치 아주 오래전 꾸었던 잊고 있던 꿈이 생각 난 듯이 살갗을 세차게 스쳐가는 이 느낌이라면,
어쩌면 이게 내가 바라고 있는 행복의 한 종류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