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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GH Jan 07. 2019

06. 내가 연말 연봉협상에서 밀리는 이유

PR의 성과 측정에 대해

월급쟁이 마음은 다 똑같다. 연말, 연초면 10원이라도 더 받고 싶은 생각이 샘솟는다. 연봉은 최대 화두이며, 영혼까지 탈탈 털어 한해의 성과를 짜낸다. 잔혹한 2018년을 보낸 여기어때의 PR담당자도 마찬가지였다. 자기평가서를 열어놓은 모니터 앞에서 며칠간 골머리를 썩었다.


가장 큰 고민은 ‘PR의 성과기준’이었다. 근본적으로 나의 성과가 무엇인지 감이 안 왔다. 영업직은 확보한 제휴점의 수, 제휴점에서 발생한 이익이 실적이다. 마케터의 성과는 집행한 비용 대비 유입된 고객의 규모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PR은 애매했다. 나는 결국 배포한 보도자료와 기획자료가 몇 건인지 적고, ‘위기관리에 도움이 됐다’는 몇 줄을 더하는 데 그쳤다.


출처 = pixabay


□연구자들이 말하는 PR의 성과
연구자들은 PR성과를 3개 수준에서 측정하라고 한다*. ‘아웃풋-아웃테이크-아웃컴’의 순서로 분석한다.


여기어때가 ‘스키장 액티비티 최저가’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치자. 이때 자료를 보도한 매체의 수, 긍정적인지 여부, 다뤄진 비중 등이 아웃풋이다. 독자 몇 명에게 노출됐는지도 중요하다. 매체 영향력이나 비중에 따라 점수를 매겨 계산할 수 있다.


2단계는 아웃테이크다. 기사를 읽은 독자가 우리 의도를 파악했는지를 본다. 사후 설문조사에서 ‘여기어때의 스키장 상품이 제일 싸다’라는 메시지를 기억한 공중이 많다면, 2단계도 성공이다.


아웃컴은 3단계다.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최종목표(소비자 행동변화)를 달성했는지 살핀다. 여기어때라면, 실제로 스키장 상품이 많이 팔렸는지 분석한다. ‘액티비티는 여기어때가 제일 낫다’고 확신하는 소비자 피드백이 있으면 더욱 완벽하다.

『 PR의 연구와 평가 』(최윤희, 2007)에서 정리

□PR실무자들은 왜 성과 측정이 어려울까
각 단계별로 PR성과 측정 이론과 도구는 꽤 있다고 한다. 그런데 보도자료 쓸 시간, 기자 미팅할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성과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라고? 실무자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실무자가 ▲보도자료 작성 ▲언론관계 관리 ▲커뮤니케이션 도구 제작 같은 ‘기술자 역할’에 집중할수록, 성과 측정은 미룬다는 연구도 있다**.


많은 PR담당자의 투입한 시간 기준 주요 업무는 ‘기자 대응’이다. 미디어 관계는 ‘아웃풋-아웃테이크-아웃컴’의 기본이다***. 소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인데, 숫자로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우호적인 출입기자의 수가 늘었다고, 회사의 이익과 직결되지 않는다. 무형의 자산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단발적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것도 한계다. 특정 메시지를 장기적, 다차원적으로 공중에게 전달하는 PR실무자가 몇이나 될까? 회사의 이슈를 보도자료 형태로 미디어에 유통하는 게 보통이다. 캠페인, 대중 이벤트, 트렌드 콘텐츠 제작… 미뤄놓을수록 ‘보도자료 배포’라는 단발 이벤트만 남는다. 소비자의 의미 있는 행동 변화가 없다면, 결과를 측정할 명분이 없다. 간단한 보도자료의 효과를 분석하는 건, 누가 봐도 자원 낭비로 끝날 확률이 높다.

출처 = pixabay


□올해도 같을 순 없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다. 새로운 경영 전략에 맞춰 PR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신임 CEO가 제시한 방향성을 이해하고, 외부 커뮤니케이션도 속도를 맞출 때다.


여기어때는 숙박과 액티비티, 2개의 사업축을 갖고 있다. 회사가 확보한 여러 상품군은 물론, 가격경쟁력을 알려야 한다. 사후 품질 관리도 완벽해 ‘소비 밸류 체인’을 완성한 플랫폼이라는 메시지가 핵심이다. O2O의 본질에 집중하는 회사라는 점을 세련된 방법으로, 철저한 계획에 따라 전달하자.


우리는 실제로 인터랙티브 콘텐츠, 전문 리포트, 뉴미디어와의 협업 등 아이디어를 취합하고 있다. 하나하나 합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방법을 탐색하는 중이다. 물론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이 세상 공짜 점심은 없다. 이러다가 하나 터지면, 내년 연봉은 좀 크게 오르겠지.

출처 = pixabay


*『 PR의 연구와 평가 』, 최윤희(2007), p86~89

** D. M. dozier(1990), The innovation of research in public relations practice. 『 PR의 연구와 평가 』, 최윤희(2007)에서 발췌

***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기준으로 한 설명이다. 이벤트 등 다른 방법을 통한 PR활동이라면, 미디어의 영향력은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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