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현지인들처럼 공연 즐기기
몬트리올 살 집도 구했겠다 나름의 삶의 여유가 생겼다. 아직 직장은 구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하루를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내 소중한 시간을 안 해본 것들로 채우고 싶었다. 집 주변은 하도 왔다갔다해서 이미 마스터를 해버렸고 다른 지역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몬트리올은 여름시즌에 다양한 문화공연이 많다고 한다. 내가 6월 중순에 입국해서 이사도 하고 적응하다보니 벌써 축제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한국에서도 문화공연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나는 몬트리올에서 하는 문화공연과 축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글을 열심히 서치를 하다가 찾은 야외 무료 공연 소식에 몽로얄 공원 (Parc du mont royal)로 향했다. 공연 안내글에 장소가 정확하게 쓰여있지 않아 한참을 헤맸다. 1시간 동안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다리가 아파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마침 많은 인파가 한 곳을 향해 가는 게 아닌가. 정말 운이 좋게 그들을 따라가니 내가 사진에서 보던 공연장이 보였다. 여기서도 몬트리올와 한국의 차이점이 확연이 드러났다. 한국이었으면 공연에 대한 안내와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주지만 몬트리올은 꼭 그렇지 않다. 대충 어디 근처에서 공연을 한다는 내용만 있어 몬트리올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찾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내가 찾은 무료 공연은 바로 오케스트라 공연이였다. 매년 8월에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는 야외 무료 공연을 한다고 한다. 모든 게 처음인 나는 "평일 (화요일) 저녁 8시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얼마나 오겠어?"라고 생각하며 8시 공연이니 1시간 정도 일찍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나의 실수였다. 작년에는 약 5만 명의 인파가 공연을 보러 왔다는 기사를 내가 사전에 읽지 못해서 너무 간과했던 것것이다. 막상 가보니 생각치도 못한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다들 캠핑의자며 돗자리며 자리를 잡고 공연을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늦게 도착한 나는 결국 맨 뒤에 오케스트라가 보이지도 않은 자리에 앉아 스피커에 의존해 소리로만 공연을 즐겨야 했다.
여기서 인상적인 모먼트는 내 주변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를 볼 순 없지만 모두 소리에 집중하고 공연을 즐겼다는 것이다. 보통 아무것도 안 보이고 음향도 별로면 불만을 가지고 그냥 자리를 뜰 수도 있지만 몬트리올 사람들은 그 자체를 너무나도 잘 즐기는 게 신기했다. 각자 가져온 피자랑 맥주를 먹고 마시면서 음악에 쫑긋 귀를 기울여 감상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삶의 여유가 느껴졌다.
한국이었으면 당장 내일 출근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이런 공연을 보러 오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시간을 내 친구들,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 좋은 날씨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들으며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인상적이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지휘자님께서 너무 귀여운 민소매 니트와 반바지를 입고 지휘를 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 공연은 대부분 정장을 빼입고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는데 몬트리올 공연은 달랐다. 지역 공연이어서 그런지 너무나도 친근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공연을 이어가는 모습, 틀에 박히지 않은 공연이라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현지인들의 여유를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몬트리올 여름에는 정말 많은 뮤직페스티벌 및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다.
MTL 웹사이트(https://www.mtl.org/en)에는 이벤트 공지와 즐길거리들을 많은 공유 해주기 때문에 몬트리올 여행 계획이 있다면, 몬트리올에 이제 막 정착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굉장히 유용한 사이트이니 참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