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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luJ Jan 12. 2024

삼시세끼 집에서 밥 해 먹는 삶

외식은 사치. 점점 당연시되어가는 집밥 해 먹기


외식 그게 뭐죠?



인터넷 뉴스만 키면 나오는 고물가, 물가상승 등 국민들이 살기 힘들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내가 지내고 있는 캐나다 몬트리올도 같은 처지다. 눈에 띄게 도로에는 큰 봉투에 빈캔들을 수집하며 길거리에 나앉은 하우스푸어들이 점점 늘어간다. 현지인들도 이렇게 힘든데 이방인인 나는 고물가인 캐나다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쉽지 않겠는가. 집값도 만만치 않은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저절로 나를 미니멀리스트로, 외식 없이 집에서 삼시세끼 해 먹는 삶을 살도록 만들어주었다. 


캐나다를 오기 전 이미 중국과 필리핀에서 해외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하루에 한 끼 정도 외식을 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중국, 필리핀, 한국에서 직장인으로 살면서 하루 24시간의 절반은 밖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에너지를 쏟을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퇴근 후에 내가 손수 장을 보고 집밥을 해 먹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온라인 장보기가 쉬워졌다고 하지만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부가적일 일들은 생각만 해도 피곤케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주로 해왔던 루틴은 퇴근 후 한 끼는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친한 친구들과 저녁약속을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캐나다에 오니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팁문화로 외식을 하게 되면 내가 먹은 음식 가격에 배로 지출이 나간다는 것이었다. 한국보다 높은 월세 때문에 이미 고정지출이 늘었지만 식비까지 차이가 많이 나니 자체적으로 외식을 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일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를 사 먹기만 해도 만원 이상이 훌쩍 넘어버리니 쉽게 외식을 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매장에서 먹는 경우에는 눈치를 보며 팁을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외식보다는 집밥을 해 먹는 것이 내 형편에 맞는 옵션이다.


한국에서는 쿠O, 마켓컬O 등 온라인으로 제일 저렴한 식재료를 물색하며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한식을 해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몬트리올의 경우, 한국인과 아시아인이 많이 사는 밴쿠버나 토론토에 비해 한국마트가 취급하는 식재료가 한계가 있다. 집밥에 빠질 수 없는 김치는 더더욱 이곳에서 구입하기 쉽지 않았다. 완제품으로 살 경우, 비쌀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오는 과정에서 익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익어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친정에서 쉽게 얻어먹을 수 있는 루트가 많았는데 캐나다에 와서 돌아보니 '그때 더 많이 먹어둘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혹시라도 부모님께 김치를 받아먹고 있다면 그것에 감사하길 바란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는가. 다년간 해외생활 짬바로 내가 제일 먼저 행동에 옮긴 건 한식재료들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마트를 물색하는 것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는 IGA라고 현지 마트가 하나 있고, 한국식품을 팔고 있는 작은 한인마트 그리고 도보 10분 거리에 중국마트가 있다. 사실 집을 구할 때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마트와 가까운 곳이었다. 해외살이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들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되도록이면 마트와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는 것이다. 일반마트뿐만 아니라 한국마트가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면 더 좋다. 생각보다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한국재료들이 이곳 일반 마트에 안팔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김치만 있으면 어찌어찌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만든 음식은 배추김치다. 배추라는 식재료가 캐나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재료가 아니라서 일반 마트에 가면 한 덩이 혹은 두덩이 정도만 팔고 있었다. 그래서 찾아낸 중국마트. 중국마트는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이다. 해외살이를 하면서 가장 신기한 것이 어느 곳을 가든 중국마트가 하나쯤 있다는 것이다. 불모지 같은 땅에서 중국마트를 운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는 있지만 아시아인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다양한 야채는 중국인들에게 필수 식재료들이기 때문에 어느 마트보다 다양하게 야채들을 판매하고 있다.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이 소수지만 중국마트에서는 정말 다양한 야채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내가 찾고 있는 배추도 많이 살 수 있다. 


사 먹거나 얻어먹기만 했던 배추김치를 이제는 배추 절이기부터 양념 만들기까지 마스터를 해버렸다. 처음에는 블로그 레시피 여러 개를 봐가면서 만들었는데 이제는 눈대중으로도 만들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굉장히 고생스럽고 귀찮은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외식물가를 생각하면 저절로 집에서 요리를 하게 되는 캐나다의 삶. 삼시세끼 집에서 밥 해 먹는 삶이 나쁘지만은 않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가지고 절약해 가며 음식 해 먹는 것도 나름 성취감이 있고, 점점 나만의 레시피가 생겨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허둥지둥 요리하던 요린이에서 이제는 나름 준셰프가 되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이것도 하나의 Adulting이 아닐까. 


처음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혼자 장보고 집밥 해 먹는 일상이 쉽지는 않다.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상경해서 처음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초년생들, 해외 워킹홀리데이로 낯선 땅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이들 등 이야기를 듣고 접하면 남일 같지 않다. 개인적으로 다년간 여러 나라에서 해외생활을 해봤던 나는 분명 쉽지 않았던 타지생활이었지만 그만큼 내가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자부한다. 집 나가면 개고생, 해외에서 사는 건 사서고생하는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만큼 남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또한, 혼자서도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해외살이를 추천한다. 


편하게 살아왔던 환경에서 낯선 환경으로 발을 딛인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도 안다. 나 또한 해외살이 결심을 할 때마다 많은 고민과 계산을 해왔다.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들과 타지에서 살아갈 때 경험하게 되는 힘든 일들. 리스크를 안고 시작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살이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결과가 어찌 됐든 분명 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 경험이 재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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