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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 Apr 10. 2024

어린왕자는 어느 별로 돌아 갔을까?

어린왕자

그 어떤 것으로부터 도망쳐서 혼자 고립시키는 일은 나에게 늘 뜻깊은 시간들이다.

요 며칠의 휴가를 조금은 색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새벽에 무작정 짐을 싸고, 강릉으로 갔다.  이번 휴가만큼은

명상을 하기 위해 은신처를 찾는다던가. 그런 게 아닌 조금은 다른 시간이 필요했다.

이번주는 이렇게 눈 뜨면 아무 곳이나  가서 그렇게 쏘다니다가  해가 떨어지면

잠잘 곳을 찾든지 집으로 돌아오던지 마음 가는 대로 할 것이다.


얼마만의 고요한 바다 같은 나만의 시간인가! 나는 이 시간이 너무나 그리웠다.  

글도 안 쓰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이곳저곳 쏘다니다가 어슴푸레한

바이올렛 같은 저녁시간이 되면 혼자 낯선 곳에서 느끼는 그런 황망한 감정을 만나

외로움에 길을 잃은 여행자의 하루를 만나고 싶었다.


 오래전 혼자  충무에 갔을 때  유명한 음식점에  혼자 갔다가 혼자는 식사가 안된다는

식당아주머니에 말에 눈물을 쏟을뻔했던 그런 이상한 슬픔 같은 그런 오래된

싫지 않은 감정도 그립고,  오사카 시내를 혼자 캐리어를 끌고, 잠잘 곳을 헤매었지만

두려움도 없고 피곤하지도 않고, 밤새도록 돌아다녀도 좋을 만큼 설레던 그런 감정도

그립고, 괌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그 덥고, 후덥지근한 바람도 그립다.

단체여행이 아닌 혼자 갔을 때의 혼자라는 그 막막함이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감이 온전히 내가 마주하고 있는 풍경 속에서

나를 실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여행은 늘 처음 발 디딜 때의 그 첫 느낌이 마지막까지 간다.


가끔은 몇 년 전 이 세상에 혼자 밖에 없다고 느껴졌던 고통만 있던 그때가 그립다.

적어도 그때는 온전한 그런 고립감이 나에게 존재했고. 어디에 있던

어느 시간에 있던지 나는 우주를 느끼고 신과 연결되어 있었고, 내가 느낄 수 있는

온전한 것들이 시공간 속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했었다. 비록 혼자 외롭기는 해도

몸이 아프기는 해도 그런 치열한 시간들 속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내면의 빛이 하나의 우주공간 속에 나의 행성을 만들고, 하나의 별을 소유한 것만

같았다.   관계나 사람이 주는 관심과 사랑이 아닌

내면에서 만들어낸 무안한 것들은 광활한 자유와 확장된 가는 마음을 선물로 주었다.


어쩌면 이런 신비한 우주를 잃어버린다. 일상의 깨알 같은 즐거움들은 말이다.

하나의 낯선 오지 같은 마음을  탐험하기 위해 기꺼이 한 사람의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마음에 닿으려고, 까치발을 내딛고, 무인도에서 외로움을 견디고 나 자신의 부조리한

마음과 싸우면서 비바람을 견디어 지내온 시간은 나에게 어떤 선물들을 주었을까?

이별이라는 선물은 여행이 끝났을 때 주는 그리움을 남긴다.


처음 성큼성큼 그 오지로 발을 들였을 때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그 이상한

행성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그곳에서 나는 어떤 한 사람의

인생과 만날지도 모르고, 내 앞에 그 어떤 상실의 고통이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또한 내 마음이 어떤 화학작용을 해서 나를 용해시킬지도 모른 채

나는 한발 한발 그 새로운 별에 도착한다.


" 당신의 별은 참 이상한 곳이군요. 왜 태양과 별은 없고, 달만 떠있는 걸까요?"

라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빛나는 달은 마치 해와 별 같은

뜨거움과, 은은함, 그리고, 밝음을 내뿜고 있었다.

" 당신의 별은 참 독특하군요.  해와 별들이 없는  하늘은 처음 봅니다.

하지만 당신은 해와 별을 만들 생각을 하지는 않는군요. 당신에게 해와 별은

사막에서 찾아낸 오아시스 같은 것이군요.  당신은 많은 시간  그렇게 다른

행성을 떠돌며, 오아시스의 물을

맛있게 먹고 당신의 척박한 행성으로 돌아오는군요.."

나는 신비한 그 행성이 아름다웠다. 초록색 나무가 아닌 다른 색깔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새로운 이상한 언어를 쓰는 생명들이 살고 있었다.


이 이상한  행성을  발견한 기쁨과 즐거움을 나만이 누릴 수는 없었다.

누구나 신기루 같은 그 어떤 만남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지구별을  떠나 자신의 소혹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듯이

나의 시간으로 회기해야 한다.

  어린 왕자는 어떻게 자기 별로 돌아갔을까"

정말 돌아가기는 했을까?  왜 학창 시절의 나는 어린 왕자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서럽게

눈물을 흘렸을까?


돌아갈 곳이 없는 그런 사람들은 머물러 있는 그곳도 집은 아니다. 처음부터

집이란 곳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언젠가는 자신이 머물던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또 혼자가 된다. 그렇게 어디에 머물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나의 행성으로 돌아온다.  내가 떠나 있던 그곳이 또 새롭게 느껴진다.

얼마나 오래 이곳을 비웠던 걸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것이 좋다. 이번에 새로 정착한 행성은 하늘에 달도 두 개

별은 아홉 개 밖에 없는 이상한 곳이다. 이곳에도 태양이 없다.

하지만 난 태양이 그립지는 않을 것 같다.

 한동안 아니 앞으로도 오래. 이 행성이 아주 마음에 들것 같다.  어린 왕자가

별을  방문해 주면 정말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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