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 Apr 25. 2024

관심에서 멀어지기

글쓰기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좋아서 이다.

글 쓰는 동기도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아마 나의 변화를 쓴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어제는 이렇게 생각했던 생각이 오늘은 조금 달라졌을 때

어제는 확신에 차서 맞다고 생각했던 생각들이 오늘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떤 누군가의 책을 읽었는데, 너무 공감되고, 좋아서 내가 씹어먹고 해석했던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오늘 기분이 너무 안 좋을 때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쓰고, 내 기분을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싶을 때, 아마도 글을 쓰는 이유는 수십 가지가 있을 테지만

어쩌면 변화와 긍정, 치유, 공감을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렇게

한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서, 나다움으로 글을 쓰다 보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과 글로써 대화를 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sns 글을 올린다.

지금 내 생각과 함께 공감하는 친구들을 찾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본 나의 세계가 이상하지 않다고 공감받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이런  나의 시시한 이야기가 내 행복입니다. 나는 이 시 시한 이야기 속에 살지만

이것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저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 글은 글일 뿐.  있는 그대로의 내 이야기는 생명력이 없다.

소통을 전제로 한 커뮤니티에서 내 글은 내 글자체로 소비되지 못하고,

하나의 인기에 편입되어 그저  잠깐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만 소모되기도 한다.

아무도 글 속에서 내 삶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커뮤니티에서의 소통이란 글이 아니라,  서로에게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고,

나에게 호의적이며,  인정해 주느냐의 기브인테이크의 논리에 의해 글도 움직인다.

사람이 싫으면 글조차도, 쓰레기가 된다.

처음에는 나의 팬이라 자청하며, 추앙이란  단어까지 쓰면서 지지해 주던 사람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내 글을 패스하고, 무관심 해 질 때도 있다. 아니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모두 이런 수순을 밟는다.


심지어는 내가 했던 어떤 말을 오해해서 공격하기도 했었다. 셀러브리티란 드라마에서

타인들의 관심을 먹고사는 셀럽들 얘기가 나온다.

아린이를 가장 지지해 주고, 아린이 편이었던 익명의 사람들이 아린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들에게 조금 소홀해 지자 바로 적으로 돌변해서 아린이를

뒤에서 공격하며 음모를 꾸미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나를 죽인 사람은 바로 나의 팬들이었다.

라는 말이 실감 나는 것처럼, 온라인이라는 곳은 아니 익명의 사람들의

마음은 믿을 것이 못된다.  정확히 말하면 아주 사소한 그 무엇에 마음이 너무나 쉽게 변해 버린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감정의 놀이터처럼  마음을 집중하다가 소진해 버리기도 한다.

충실하고, 언제나 관심을 기울이면서 관리하는 자만이 꾸준한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가 있다.

 아무리 성실하게 글을 올리고, 좋은 내용의 글을 올려도,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관심에서 멀어진다.

몇 년 전 나의 베프를 통해서 밴드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나보다 조금 일찍 밴드를 시작한 나의 베프와 나는 밴드 중독에 빠지면서

함께 긴 시간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던 나의 일상에서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받으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라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하고,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이렇게 짜릿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구나 하는 사실에 놀라고,

이런 욕구에 빠져들어 허우적 되고 있는 나라는 자아에게 놀라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나와 베프는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우리가 한결같이 동의하는 부분은 이런 커뮤니티의 글쓰기는 자신을 성숙시켰다는 사실이고,

또 중독시켰다는 사실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았다는 사실이고,

최소한 내가 누군지는 알았다는 사실이었다.

현실에서 막연하게 알았던 나라는 실체를 온라인의 소통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서로 동의했지만,  그런 온라인에서의 성찰을 통해 현실에서의 내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온라인에서 들인 노력과 정성만큼 가족들이나 지인 친구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것에 미안함도 들었지만.

살아있음과 몰입의 경험이 점점 중독의  늪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마음이 틀어져서  온라인에서 소외당하고, 실망하고,  지루해지면,  오프로 돌아온 나는 현실감각을 찾게 된다.


sns를 빠져나온 한동안은 또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다. 그때

일상에서 마주하는 나는 여유롭고, 재미있고, 너그러워지고, 겸손해지고,  나다운 사람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온라인에서 더 더 더 매력적이고 인정받는 나로 중독되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때의 그 짜릿함보다.

느리고, 조용하며, 온한  혼자만의 여유로 꽉 채운다.


아무런 피드백과 좋아요. 가 없는 글을 쓰면서도 만족스럽다.

진짜 나의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도 사람도 몰입해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