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것도 관심 가는 일이 생기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만이 텅 빈 시간을
채웠다.
한 사람이 인생에서 빠져나가 버린 까닭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슬픔인지 그리움인지 고통인지
아쉬움인지 미움인지.
그 어떤 이름표도 붙일 수 없었다.
우리의 이별은
고구마 열개를 삼킨듯한 난해한 열린 결말로
끝나버린 영화처럼 퍼즐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그 불확실하고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그런 이야기들은 때론 새로운
인생리뷰를 쓰게 해 주었다.
두 개의 가을이 떠났다.
겨울을 밀어낸 눈송이들이
난해한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졌다.
무료함도 공허함도 들어올 틈 없는
공간 속에서
일상은 묵묵히 흐른다.
그 어떤 이별은
열린 결말로
가득 찬 스토리다.
인연들은 그 끝이 비극이라 해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기억 속에 남아
우리의 삶을 가득 채워준다.
다시는 보지 말자는
그 말은
미움을 남기는 말이 아니라.
좋았던 순간들을
남기고 싶은 말이다.
움푹 파인 이별의
구덩이 안에는
황폐하고 구멍이 나 있는 게
아니라.
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다시는 보지 않더라도
사람이란.
서로를 채워주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