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떨림: 낯섦 앞에서, 생존 본능이 깨어났다.

5일의 실험, 그 시작은 두려움이었다.

by 옹봉

가방을 몇 번이나 풀었다 다시 쌌는지 모르겠다. 이걸 챙겼다가 저건 뺐다가.

단 5일이지만, 내 삶의 변곡점이 될 지도 모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극도로 신중해졌다.


게다가 숙소는 20인실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는, 대학생 때 친구들과의 베를린 여행에서 8인실에 묵었던 경험이 전부다. 그건 세 명이 같은 방에라도 있었지... 이건 철저히 나혼자다. 깜깜하고 좁은 방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잘 생각을 하니, 조금 무서워진다.


쓰레기를 버리고,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정리했다. 나는 원래 집안일을 즐기지 않는데, 이상하게 나가기 전 할 일이 많다. 떠나기 싫은 사람처럼, 준비 과정이 길어진다.


집에서 고작 40분 거리의 숙소를 나서는 내 마음은, 마치 먼 곳으로 장기여행을 떠나는 백패커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비장하다.


혼자서ㅡ무사히ㅡ쓸 수 있을까? 잘 수 있을까?

불쑥불쑥 두려움이 튀어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건 내가 벌인 일. 두려움까지도 내가 감내할 몫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조용히, 두려움을 눌러 담는다. 입밖으로 구태여 꺼내지 않는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계속 떠나지 못할 것 같다.


직장인으로 사는 법은 내게 너무 익숙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정해진 곳으로 출근하기.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생존을 다투는 일 같은 건 기대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굉장히 안전한 삶을 살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반면 이 실험엔 정해진 게 없다. 정체성, 잠자리, 공간, 리듬ㅡ 낯선 것들 투성이다. 생존 더듬이가 곤두서는 걸 느낀다. 관성에 절은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던 낯선 감각. 어쩌면 이 감각이야말로, 진짜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5일의 실험은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나는 이미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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