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월) 명동 첫 출근, 쓰는 사람으로 8시간

내 의지로 출근하고 퇴근한 하루

by 옹봉

한참을 짐을 싸다 집 밖을 나선 건 2시, 숙소엔 4시에 도착했다. 마음대로 착착 풀리는 시작은 아니었다. 비슷한 이름의 숙소로 잘못 찾아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우여곡절 끝 체크인을 하니 너무 허기졌다. 화요일 오후 4시, 명동 쇼핑 거리를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빽빽한 길 사이로 내 최애 식당인 '명동 칼국수'에 들어가 마늘 냄새 진하게 풍기는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 출근: 오후 5시 45분. 남들이 퇴근하는 시각에 첫 출근을 했다. 위치는 칼국수 먹으며 찾은 북카페. 사방이 확 트인 멋진 공간이었다. 이전 회사가 이 동네였고, 당시 내가 점심시간에 자주 들리던 카페 부근이라 그런지 왠지 기분이 묘했다. 익숙한 동네에서 낯선 일을 벌이고 있는 느낌이랄까. 신중하게 자리를 잡았다. 집중이 최고로 잘 될 것 같은 자리로.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회사원처럼, 글 쓰기로 8시간을 채워보자.
⏱️ 1차 퇴근: 카페 마감 시간인 밤 9시. 썼다. 계속 썼다. 한 자리에서 3시간을 내리 썼다. 그리곤 카페 마감인 9시에 1차 퇴근을 했다. ⏱️ 2차 출근: 밤 10시. 숙소로 돌아와 씻고, 로비로 나와 2차 출근을 했다. 목표는 8시간이었으니, 아직 채울 시간이 더 남았다. 2시간이라도 더 쓰고 자기로 했다. ⏱️ 퇴근: 새벽 12시 30분. 한 문단, 그리고 또 한 문단. 그렇게 하루의 6시간을 글로 채우고 나서야, 퇴근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요청한 것도 아니지만ㅡ 내가 설계한 기준 안에서 시작하고 끝냈다.


사실 조금은 걱정했었다. 먼 길 떠나는 백패커처럼 비장하게 짐을 쌀 때, 어느 때보다 진중한 자세로 모든 사전 세팅에 집중할 때, 혹시라도 이렇게까지 했는데... 막상 글이 안 써지면 어떡하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면 어떡하지.


목표와 방향이 있으니 몸이 따라왔다. 시간을 정했고, 출근을 했으니ㅡ 일을 했다. 내가 나에게 새롭게 부여한 '작가'라는 정체성으로, 본업인 글쓰기에 집중했다. 영감 받아서 쓰고, 날씨가 좋아서 쓰고ㅡ 그런 건 없었다.


어떤 로망도, 낭만도 없었다. 그저 생존일 뿐이었다.



그날 밤, 20인실 게스트하우스의 낯선 공기에 잠을 설쳤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숨소리, 조심스러운 발자국 소리는 낮에 피어오른 작은 불안들을 증폭시켰다.


낯선 공간에 대한 불안, 익숙지 않은 하루에 대한 긴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해냈다는 묘한 성취감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뒤섞인 채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작가 실험 그 첫 번째 밤이 저물어갔다.



Day 1 요약 키워드

출/퇴근: 17:45 명동 북카페 -> 00:30 도미토리 로비

근무시간: 총 6시간

생산성: 글 3편 완성 (초집중 상태 유지)

✅오늘의 깨달음: '작가'라는 정체성이 동력이 된 하루. 목표를 정하면 하게 된다!


이전 06화[D-1] 떨림: 낯섦 앞에서, 생존 본능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