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보다 지치는 하루
새벽 3시 30분까지 회사 업무를 하고 잠들었다. 자칫하면 오늘의 출근 루틴이 깨질 뻔했지만, 기어코 일어났다. 내가 하기로 한 일이니까.
10시 기상.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도서관 근처를 산책하며 점심에 먹을 김밥 한 줄을 야무지게 포장했다. 글을 쓰며 하루 종일 마실 빅 사이즈의 메가 커피도 한 잔 샀다. 내가 선택한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온종일 몰입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를 세팅한다.
⏱️ 출근: 오후 1시, 손기정 도서관. 어제와 같은 그 자리에서ㅡ 업무 개시.
어제 흐름이 끊긴 게 아쉬웠기 때문에, 오늘은 고민 없이 손기정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그곳엔, 어제 내가 앉았던 딱 그 자리 하나만 남아 있었다. 마치 운명처럼ㅡ '계속해도 된다'는 신호 같았다.
그 자리에 앉아 또 쓰기 시작한다. 지루해질 틈마다 자리를 옮겨가며 몰두했다. 집중은 최고조ㅡ 끊임없이 읽고, 쓰고, 사유한다. 책과 사람과 공간, 그리고 내가 만든 리듬 그 자체에 듬뿍 영감 받아 글이 술술 써진다.
점심 저녁은 가져간 김밥 반 줄씩으로 때웠다. 밥 먹을 시간도 아까울 만큼 몰입했다.
⏱️ 퇴근: 저녁 8시. 네 번째쯤 자리를 바꿨을 때, 퇴근.
⏱️ 그리고 다시 출근: 밤 10시, 숙소에서 다시 쓴다.
⏱️ 퇴근: 2시간을 내리 쓴 뒤에야ㅡ 12시 업무 마감.
도서관에서는 8시에 퇴근했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 10시부터 다시 2시간을 더 채웠다. 내가 정한 목표, 8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누구의 지시도, 관리 감독도 없이 스스로의 동력으로 돌아가는 하루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100% 나 혼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도, 실행도, 검토도 전부 나의 몫이다. 출퇴근 시간, 밥 먹는 시간, 일하는 공간 세팅까지 모두 내가 내리는 결정 안에서 움직인다.
자유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강제성이 없는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몰입하려면, 회사 생활에 쏟아붓는 에너지보다 더 큰 동력이 필요했다. 매일 스스로 동기를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멱살 붙잡고 끌고 가야 지속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내가 나를 위해 쓰는 이 에너지는 '소진'이 아니라 '확장'이다. 회사원은 아무리 잘해도, 회사원이다. 회사라는 테두리를 넘어서는 아웃풋을 기대하기 어렵다. 동시에 그 이하의 아웃풋도 어렵다. 어쩌면 실패하지 않는 안전장치 같은 것을 돈을 받고 매일 얻고 있는 셈이다.
반면 온전한 내 선택으로 헤쳐나가는 과정은, 그 지속 끝에 무엇이 나올지 예측이 어렵다. 가능성의 크기가 다르다. 세상을 울릴 엄청난 글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 반응 없이 쫄딱 실패를 맞이할 수도 있다. 모두 가능하다. 그리고 그 모두가 오롯이, 나의 책임이다.
Day 3 요약 키워드
출/퇴근: 13:00 손기정 문화 도서관 -> 01:00 도미토리 로비
근무시간: 총 9시간
생산성: 글 4편 (몰입도 최상)
✅오늘의 깨달음: 자유에는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회사원보다 체력적 정신적 소모가 더 심한 작가 실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