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목) 작가에게는 점심시간이 없다.

복지는 셀프

by 옹봉


오전 8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내가 만든 이 리듬이 드디어 내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았다. 조식을 챙겨 먹고 9시에 도미토리를 나섰다.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비를 뚫고, 오늘은 광화문 교보문고로 향했다. 며칠 간의 실험을 통해 나는 서점이나 도서관 같이 책으로 가득한 곳에서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는다는 귀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사방팔방으로 둘러싸인 책들이 반짝이며 나를 환영한다. 수많은 작가들이 각자의 루틴을 통해 이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들이 나에게는 강렬한 영감이 되어, 오늘도 쓰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낸다.


⏱️ 출근: 오전 10시, 업무 개시 시도.
그러나 예기치 못한 회사 일로 잠시 업무 중단.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서점 안 카페엔 사람이 적어, 원하는 자리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여기도 앉아보고 저기도 앉아보고ㅡ 고심 끝에 가장 집중이 잘 될 것 같은 자리에 앉아 업무를 개시했다.


그러나, 갑자기 들이닥친 어제의 긴급 업무 팔로업 지시. 작가 실험 중에도 회사원으로서의 정체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었기에, 만땅 채운 의지를 잠시 누르고 3시간 정도 긴급 업무에 매달렸다.


⏱️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출근: 오후 1시


회사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1시부터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나가서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카페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웠다. 오전에 까먹은 시간들이 아까워서일까, 무서울 정도로 몰입이 잘 됐다. 4시간을 내리 앉아 글 두 편을 뚝딱 완성했다. 더 쓰고 싶었지만 허기가 져 업무를 중단한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


⏱️ 배고프고 허리가 아파 1차 퇴근: 오후 5시
⏱️ 야간 재출근: 오후 10시⏱
️ 그리고 퇴근: 새벽 1시



검색해서 찾은 유명 국밥집에 가서, 밥을 두 공기 비운다. 그제 라멘집에서도 면 사리를 추가해 먹었는데. 오늘도 중간에 밥 한 공기를 더 시켰다. 회사 다닐 때보다 에너지가 훨씬 드는 것은 분명하다. 하루의 구성을 온전히 혼자서 기획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도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함을 느낀다.


꿈뻑꿈뻑 눈이 감겨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을 때까지 숙소에서 3시간을 더 썼다. 그렇게 7시간을 채웠다. 아파오는 허리를 붙들고 새벽 1시에 비로소 근무를 마감했다.


작가는 근로기준법이 없다. 강제 휴게도, 정해진 점심시간도 없다. 오래 쓰려면, 나 스스로 나의 리더이자 복지팀이어야 함을 느낀다.


회사일까지 더해져 10시간가량을 앉아 쓴 오늘, 루틴에는 의지만큼이나 체력도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스스로 출근과 퇴근을 정하는 삶이라면 그 시간 사이의 체력 분배까지 내가 짜야한다.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어주지 않는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을 쓰는 힘만큼이나, 지속할 수 있는 몸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Day4 요약 키워드

출/퇴근: 10:00 교보문고 카페 -> 01:00 도미토리 로비

근무시간: 총 7시간

생산성: 글 2편 (오후 4시간 집중 + 야간 3시간 보완 근무)

✅오늘의 깨달음: 작가는 복지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루틴 유지엔 체력 관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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