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완성, 관성의 힘
이곳의 아침은 평화롭다.
나 홀로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다들 조용하다. ENTP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 극 I (라고 남편이 늘 말한다.)인 나 역시도, 이곳에서 아주 조용히ㅡ 살아간 지 5일째가 되었다.
어젯밤, 숙소로 돌아와 3시간을 더 썼다. 절반은 눈이 감긴 채로 썼다. 써야 해서, 쓰고 싶어서 썼다. 작가는 '계속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이렇게 하루 이틀이 모이면ㅡ 어쩌면 나도 작가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눈이 절반 이상 감겨 도저히 꿈뻑이기가 어려울 때, 잠을 청했고 아주 아주 푹 잤다. 세상모르게 쿨쿨. 처음 온 날 밤과 비교하면 참 재밌는 일이다. 인간의 적응력이라는 것ㅡ 그것이 관성을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 출근: 오전 10시. 오늘은 남산 도서관으로.
피곤했다. 그리고 신기했다. 작가 실험 마지막 날의 나는, 지난주 회사원이던 나와 똑같이ㅡ '출근하기 싫은 금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이란 참으로 놀라웠다. 낯설고 어색하던 처음의 리듬이 어느새 내 몸에 관성처럼 붙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출근했다. 어제도 나왔으니까, 오늘도 나갔다.
쓰기 싫은 날에도 쓰는 것. 그것이 루틴이고, 작가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간 직장인으로 살며 굳어진 관성. 그걸 잠시 멈추고, 다른 리듬으로 살아볼 수 있을까? 직장인이 아닌 또 다른 관성을 내 몸에 붙일 수 있을까? 그 질문들로 시작된 실험은, 지금의 이 피곤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익숙함 속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
단 5일 만에, 관성은 붙었다. 직장인이 아닌 다른 삶의 리듬, 글쓰기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리듬도 충분히 내 안에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실험은 나에게 큰 의미였다.
⏱️ 오후 12시. 가족 호출로 잠시 외출.
⏱️ 재출근 및 퇴근: 집중력을 다시 붙잡고... 오후 3시 손기정 도서관, 5시 퇴근.
점심 무렵, 근처에 일이 있던 가족이 나를 불렀다. 글이 이제 막 잘 써지던 참이었지만... 잠시 나갔다. 돌아와서는 흐트러진 집중력을 겨우겨우 살려내며, 생각했다.
회사에선 누가 부른다고 쉽게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출근 중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에게는 상사도, KPI도, 공식적 점심시간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먼저 이 시간을 ‘출근 중’이라고 여기고 지켜야 한다는 걸 배웠다.
글쓰기가 내 일이 되려면, 매일 출근하듯 그 시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 그건 결국, 스스로 만든 루틴을 지켜내는 일이다.
Day 5 요약 키워드
출/퇴근: 10:00 남산 도서관 -> 15:00 손기정 도서관
근무시간: 총 4시간
생산성: 글 1편
✅오늘의 깨달음: 단 5일이면 관성은 붙는다. 글쓰기도 ‘출근’처럼 지켜야 할 루틴. 복지도, 시간 관리도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게 작가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