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메뉴 선정 정도는 같이 논의하면 어땠을까 하는 1% 정도의 아쉬움
흑백요리사 팀전부터는 뭔가 약간 흥분하며 봤다. 뭐 그 전에도 흥분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느낌의 흥분이었다. 요리 자체보다도 리더십과 팀워크가 더 보이는 미션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마치 직장 다큐를 보듯이 몰입해서 본 것 같다. (남편은 나보고 출연자보다 말이 많으면 어떡하냐고 했다ㅎ)
다른 글 하나로 다뤄보려고 할 정도로, 최현석 셰프와 트리플 스타 셰프 외 나머지 두 셰프의 리더십은 많이 아쉬웠다. 물론 자극적 편집이 있을 수도 있고, 제한된 시간과 서바이벌이라는 특수성 안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이 실제 모습은 아닐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러나 이번 편만을 놓고 보기에는 조은주 셰프와 불꽃 남자의 리더십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현석 셰프의 리더십이 더욱 돋보였다.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한 리더들과는 달랐다. 자신이 가진 뚜렷한 비전을 목표로 세우고 오로지 직진했다. 팀원들에게 자신을 따라달라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며 시작했고, 팀원들도 동의했기에- 그 이후부터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고 심지어 누구에게도 질문하지 않았다. 중간에 의심도 없었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자기 확신으로 팀원들을 이끌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료 확보에 있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가히 수장다운 면모였다. 강단 있는 카리스마 리더십으로 본인보다 연륜과 경험 많은 셰프들을 진두지휘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딱 하나 있었다.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 팀원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자칫 잘못하면 독선으로 흐를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메뉴를 정하는 과정 자체에 팀원들을 참여시키지 않았다. 참여시킬 의사도 없어 보였다. 혼자 설정한 목표를 팀원들에게 지시하고, 실력 좋은 팀원들의 서포트를 받아 디쉬를 완성해 냈다.
이런 부분으로 인해 중간에 에드워드 리의 기습 제안도 발생했다. 그의 오더를 납득할 수 없었던 에드워드 리 셰프가 의견을 냈다. 최현석 셰프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는 본인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자신이 리더이니만큼 자신을 따라달라고 했다. 정말 멋진 건 에드워드 리 셰프도, 그를 리더로 정한 이상 따르는 것이 맞다고 수긍했다.
마지막에 최현석 셰프 팀이 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목표에 대한 전체 팀원의 동의 없이 밀고 나간 부분 때문에, 만약 지게 된다면 내가 팀원이라면 억울할 것 같았다. 우리가 뽑은 리더는 맞지만 우리가 동의한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물론 매우 명석하고 빠른 두뇌 회전을 가진 듯한 최현석 셰프는, 그 부분까지 감안했을 것 같고, 지는 옵션은 애초에 생각하지 않을 정도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팀원들을 몰아붙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적어도 단 5분이라도, 본인의 비전을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결정은 리더가 하므로, 만약 팀원들이 no를 외쳤더라도 본인은 한 번 더 팀원들을 설득하거나, 혹은 설득이 없더라도 팀원들의 의사는 확인하고, 그런 팀원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겨주기 위해 더 열심히 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과정이 있었는데 편집 됐을 가능성도 있다.)
직장 생활에서, 나는 소통을 정말 중요시 여긴다. 리더가 세운 비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인간형이기 때문이다. 오더를 받았을 때도, 그걸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그래서 나에게 유독, 최현석 셰프의 카리스마 리더십에서 한 가지 빠져 보이는 소통이 유난히 아쉬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흑백요리사를 보고 리더십을 논하게 될 줄이야. 아무튼 흑백요리사 참 재밌다. 최현석 셰프도 참 멋진 사람 같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짊어지겠다는 각오 정도는 거뜬히 하고 팀원들을 이끄는 사람. 자신이 밀고 나가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에 더더욱 팀의 승리에 매진하고 팀원보다 한 발자국 더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
8화가 기대된다.